배옥분 흥해할매추어탕 대표

지난 주말 흥해시장에서 46년째 추어탕 장사를 하고 있는 옥분할매식당(배옥분·78)을 찾았다.

추어탕은 단백질, 칼슘, 아미노산, 무기질, 비타민A·B·D가 많아 강장, 강정식품으로 젊음을 유지시키고 스테미너에 효과가 있고,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수술 전과 후 기억회복에 좋고 어린이의 발육을 촉진하고 머리를 맑게하여 수험생의 보신제로도 좋아 국민건강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배옥분 할머니는 흥해시장에서 54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추어탕을 팔기 전에는 곰국식당을 8년간 운영했다고 한다. 배옥분 할머니가 향토추어탕 식당을 운영하게 된 데는 남모르는 사연이 숨어 있었다.

옥분할머니가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옆쪽 가게에서 20년간 추어탕 장사를 해오던 최씨 할머니가 허리가 많이 아파 누워있었다고 했다. 옥분할머니는 3년 동안 그 할머니와 같이 지내며 손이 시린 겨울에도 물을 데워 병수발을 들고 대소변을 치웠다고 한다. 그러자 최씨 할머니는 옥분할머니에게 받은 고마움으로 추어탕 끓이는 방법을 전수해 주었고, 그 후 최씨 할머니가 이사를 가면서 옥분할머니께 모든 것을 주고 가셨다고 한다.

배옥분 할머니가 가게를 인수해 전통추어탕식당을 운영한지 올해로 46년이 되었다고 했다.
배 할머니는 “보리쌀 한 되 50원하던 시절, 자녀가 대학 다닐 때 제일 힘들었다. 2남 2녀의 자녀와 조카를 공부시키면서, 24시간 쉴 틈 없이 일하다보니 모두 대학을 시켰는데 둘째 아들만 대학을 못시켰다. 군대 갔다 와서는 돈 번다고 못 갔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곡강2리에 주택도 있고 자식과 조카들 모두 자리를 잡고 잘살고 있어서 걱정이 없다고 했다.
배 할머니는 “자식과 조카를 대학 졸업시키고 나서,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든 사람이 꽃이 된다는 마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옥분할머니의 남편에 대해 물었더니 “사방관리소에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특별한 일이 없이 지내면서 선후배와 술을 좋아하는 반 일꾼이었다.”며 10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했다.

옥분할매추어탕의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배 할머니는 “옛날 그대로, 엄마손 그대로 반찬이나 모든 게 옛날 맛이다. 묵은지는 3년 된 것을 내고 된장, 지렁물(간장)은 직접 담군 것으로 하며 쌀도 흥해 안뜰쌀로 직접 지은 것으로 한다.”고 알려줬다.

또한 “시래기를 1년에 트럭 1차분을 구해 장만하고 삶아서 말린다. 시래기가 좋고, 된장 맛이 있어야 하고, 자연산 미꾸라지에다 정성이 곁들여져야 추어탕 맛이 있다.”고 했다.

덧붙여 “추어탕은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음식이다.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사람마다 내는 맛이 다르다. 남에게 맡겨 놓으면 마음에 안 든다. 배추 숨죽이는 것 하나라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추어탕이다.”고 말했다.

하루에 추어탕을 많이 팔 때는 100그릇 이상 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대신 직접 와서 사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추어탕도 처음에는 한 그릇에 2,3천원 하다가 4천원 10년, 5천원 10년, 6천원 5년, 7천원 2년째 받고 있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어쩔 수 없어 1천원씩 올렸다고 했다.

배 할머니는 중학생 때부터 왔던 손님이 아직까지 찾아오고, 외국에 나가 살면서 한해에 두 번씩 꼭 찾는 단골이 찾아와 “아직 안 늙고 그대로네요”하고 묻을 때면 “추어탕 많이 먹어서 안 그렇나”하고 웃는다고 했다. 흥해시장에서 추어탕을 파는 곳은 옥분할매추어탕이 유일하다.

배 할머니는 “이제 나이가 들고 힘에 부쳐 학원을 운영하는 큰아들에게 전통추어탕 만드는 법을 전수시키고 있다.”면서 “장사는 본인이 하기에 달려있다. 그동안 근하게 양심적으로 장사를 해왔다. 한 번도 중국산 미꾸라지를 쓰거나 재료를 사용한 적이 없다. 장사는 앞으로 보고 하면 안 된다. 뒤를 보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할머니는 “벌어놓은 돈은 없어도 세월 잘 지냈다. 걱정 없이 손주 돈 주는 것이 최고 좋다. 손주 녀석들도 힘이 차니 돈을 줘도 안 가져 간다”면서 “돈 모아 뭐하노?”하고 되물었다.

덧붙여 배 할머니는 “금강산, 중국, 일본, 캐나다 등 외국도 안 가본 곳이 별로 없다”며 “세월이 지나갔지만 다가오는 세월도 너무 좋다. 맨날 웃고 즐겁게 살아서 편안하고 행복하다. 속 썩이는 사람도 없고 좋다.”면서 웃음이 얼굴에 가득 넘쳤다.

배 할머니는 “가는 시간이 좋다.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즐겁게 사니까 다시 젊어지는 것 같다. 그동안 자식을 위해 할 일을 다 했다. 아들, 딸 잘 사는 게 소원이다”고 말했다.

배 할머니와 나눈 짧은 대화시간이었지만, 옥분할매의 추어탕 맛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오랜 단골을 위해서라도 할머니께서는 오래오래 사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 할머니와 잠시 얘기를 나누는 내내 해맑은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웃음이 여든을 앞둔 세월만치나 고왔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하며 식당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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