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한 간호사는 상담심리를 더 깊이 공부하기를 원하여 결혼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망설였던 적이 있다고 한다. 결혼을 하면 간호사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상담심리를 공부하기는 어려울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실 자신의 인생에서 이렇게 자신의 미래의 실현 안 된 가능성에 대하여 앞당겨 와서 전체로서 파악해보곤 한다. 그래서 두 갈래 길에서 결혼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에서 자기 자신이 선택을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선택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삶에 대한 선택이라서 사실 선택을 선택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것이 나타난다.

 이렇게 선택하여야 하는 결혼에서 결혼하는 연령이 늦어지며 늦어진 결혼생활에서 출산에서마저 기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을 기피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맞벌이를 하여야 하고 양육비 문제 등 그리고 지금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경력 단절 문제도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 간호사도 결혼을 선택하는 데 망설임이 있었던 것이지만 결국 결혼을 선택하고 지금은 아이도 키우면서 간호사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선택을 하는데 여러 가지가 요인으로 작용하였는데 그 중 하나는 상담심리에서 제일 중요한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하며 양육하는 과정 같은 경험 없이 사실 깊이 있게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것에 대한 조언도 선택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아이를 안 낳아 보고 결혼을 안 해봐도 결혼하여 살고 있는 인간남여의 일반적인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 두려워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체험해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인간은 경력만으로는 다 되지 않는 기초적인 인간성의 문제 즉 인격을 갖추는 일도 있는 것이며 그것이 인간의 바탕이며 본질인 것이어서 혹 간호사를 못하더라도 아이를 낳고 자연적 인생을 사는 일이 더 우선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아야만 그런 기초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는 것도 그녀의 자유로운 선택인 것이며 그녀의 인생주기에서 보면 하나의 사건 같은 것인데 그것이 없어도 다른 인생의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유로운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일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서 일정 기간 아이를 기르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삶을 펼치는 것으로서의 경력도 같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며 그래서 출산 육아 휴직은 꼭 경력단절을 막는 차원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본연의 삶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여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서 남자에게도 육아휴직을 주는 발상은 융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정신과 의사로서 그의 아니마 아니무스 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남자에게도 여성성이 있어서 아이를 직접 낳는 것은 아니라도 무의식적이지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것으로서 그 이해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동참하면서 남자 자신의 여성성을 체험하고 그래서 더 생생한 삶의 현장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무의식을 살려내는 것으로서의 현실감이 주어지는 것이고 그래서 본인이 하고 있는 남성적인 일을 더 창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휴직기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일을 쉬고 수입도 줄어드는 휴직기간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사실은 더 삶의 영역과 가능성이 확장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혼과 출산문제는 이런 관점에서 검토 되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체 생애주기에서 봤을 때 앞으로 기대하는 것과 지금껏 살아온 것에서 현재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잘 검토하여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교과과목으로서 역사가 아닌 역사성의 존재가 아닌가. 국가가 나아갈 길을 역사에 묻는 것과 똑같이 자신이 살아갈 바를 자신의 시간성에서 묻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렇게 '죽음' 같은 자신의 '전체'를 앞에 두고 우리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생각해 보았을 때 필자가 조언한 바도 있지만 우리 그 간호사가 결혼을 하여 육아를 체험하게 했던 선택은 올바른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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