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연·구룡포 근대역사관 명예관장

구룡포 수산물 한마당잔치가 열리는 주말 오후, 박주연 구룡포 근대역사관 명예관장을 만났다. 박 관장은 2008년 일본 재외공관에 근무할 당시 포항시가 구룡포에 일본가옥을 복원해 재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 고향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던 차에 미력하나마 고향에 도움을 주고자 2010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구룡포에 와서 복원사업계획에 조언과 도움을 주었다. 복원이 늦어지자 개인 찻집을 운영하며 화장실 개방, 포항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한일문화교류회’를 창설해 외지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에게 한복체험 등의 활동을 통해 포항을 알리는 일들을 해왔다.

2011년 3월부터 시작된 거리조성 때는 오랜 일본 경험을 토대로 복원작업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2012년 7월, 거리오픈행사로 일본인관광객이 크루즈로 포항항에 입항했고, 일본에 한국을 알리기에 적극적이었던 박 관장은 2008년에 이미 포항시홍보대사 위촉을 받아 일본지역 관광객 유치활동을 해왔다. 역사관 개관 1주일 전에 포항시장이 주는‘명예관장’위촉을 받았다.

박 관장은 대외적으로는 주한일본대사 등의 의전을 했으며 개인적으로 설명을 듣고자 많은 외국인들이 온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문화 알리기’ ‘일본인거리설명’ 등 구룡포 알리기에 힘써 왔으며, 역사관 개강부터 지금까지 일본인 관광객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관장은 “명예관장이라는 직책이 시청 측에서 줄 때는 아무것이 아닐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이 마을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분들은 일본인가옥거리 하면 저를 떠올린다고 한다. 이는 2010년부터 일본인거리 조성 때부터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리설명을 듣기위해 저를 찾아오는 분들이 아주 많다.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많이 온다. 제 개인업도 있지만 저를 만나기 위해 이 마을을 찾는 분들이 많아서 24시간이 부족하다”면서 "대학생들의 창작영화 장소제공으로도 여러 번 도와주었다"고 했다.

그는 많은 예산이 투입된 거리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홍보를 위해 잡지, 신문, TV 인터뷰에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에 응했다고 한다. 이미 외부적으로는 많이 알려졌지만 정작 포항시민이 이곳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 포항지역사회단체에 들어가 홍보활동에 힘쓰고 있으며, 일본인가옥거리 주민들에게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또 “작년까지 거리 벽에 관광객의 불편함이 있으면 전화하라고 제 휴대폰번호를 붙여 놓은 적이 있어서인지 지금까지도 전화가 많다. 거리설명, 식당안내, 심지어는 늦은 시간에 숙소안내 문의전화 등 관장이라기 보다는 ‘거리안내·지킴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다.

덧붙여 박 관장은 “지금의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전에는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라고 불렸다. 제 뜻과 달리 ‘명칭’으로 인해 힘든 시기가 많았다. 본래 거리를 조성한 취지는 어떤 역사적 해석을 떠나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있었는데, 모든 화살이 저에게 돌아온 적이 많아서 힘들었다”며 지난 일을 회고했다.

관장을 맡아 활동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은 “저를 취재했던 분들께서 도리어 이곳 홍보를 많이 해주시고, 책자에 많이 실어주신다. 2012년 7년 역사관 개관전인 2010년에 문을 연 '후루사또야(고향집)' 라는 제 개인 찻집이 지금까지 일본인거리 알리기에 앞장을 서 왔다.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 있다. 다도를 하시는 분들이 전국 각지에서 오셔서 명소 찻집으로 거리와 더불어 소개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잊지 못할 일은 일본신문에 한일양국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저의 기사를 보고 일본에서 새벽에 초밥을 짓고 스시재료 50인분을 준비해 상하지 않도록 이른 배를 타고 오신 분들이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에 힘쓰고 있는 저에게 보탬이 되고자 이 먼 곳까지 찾아오셨다. 한일양국이 사이좋게 지내기를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 서로의 문화체험을 통해 이해하고 소통하는 장소를 꾸준히 제공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박 관장께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많은 체험을 통해 한일 양국의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매년 하고 있는 민간교류활동을 올해부터 더 활성화해서 구룡포가 한일문화교류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일제강점기는 우리에게 너무나 아픈 역사다.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는 분들도 많이 있다. 저 또한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기에 늘 고민해 왔다. 역사를 공부하는 장소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한일양국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도록 또한 노력해야하는 장소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포항시에서 일본인가옥거리에 ‘근대문화역사거리’라는 명칭이 사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거리에 부여하는 의미가 달라졌다. 우리들 생각과 다르게 현판이 걸리고 이로 인해 개인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 거리를 찾는 분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구룡포추억상회’를 만들었고, 일본인 관광객을 위해 한복체험을 꾸준히 해왔다. 작년부터 ‘일본인가옥거리’로 새 현판이 걸렸지만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아울러 박 관장은 “슬픈 역사가 있는 곳, ‘역사교육현장’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체험 활동을 전개할 생각이다. 이곳을 찾는 포항시민이 인천에 가면 차이나타운이 있듯이 국내에서 일본인 가옥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포항에도 일본인 가옥거리가 있다. 포항시의 활력에 도움이 되고자 시 측에서 복원을 추진한 곳으로 한일문화교류의 장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한복을 입고 걸어가는 외국인, 일본기모노를 입은 한국인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다른 문화를 접하는 장소로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며 바람을 전했다.

박 관장은 포항이 고향으로 일본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재외공관(일본지역)에 오랫동안 재직했다. 그는 현재 포항한일문화교류회장, 한일친선 ‘하카다회’ 한국회장을 맡고 있으며, 평소 소신대로 ‘정의로운 사람’으로 살면서 글로벌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일관계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지금 박 관장의 민간주도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구룡포 오후의 햇살이 미지근해질 무렵, 박 관장과의 아쉬운 만남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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