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팀장·영화 ‘카트’

정규직의 꿈은 언제 이뤄질까. 공공기관들이 지난 3년간 비정규직을 7% 이상 늘린 것으로 드러나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기업ㆍ준정부기관ㆍ기타공공기관 등 342개 공공기관의 ‘소속 외 인력’은 총 8만188명으로 집계됐다.

소속 외 인력이란 공공기관이 직접 채용하는 비정규직이 아닌, 외주업체를 통해 파견ㆍ용역ㆍ사내하도급 형태로 ‘간접고용’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의미한다. 공공기관의 소속 외 인력 규모는 작년에만 6.5% 늘어난 것을 비롯, 박근혜 정부가 시작된 2013년 이후 매년 5~10%씩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정규직 근로자는 1천318만3천명으로 1.1% 증가했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644만4천명으로 2.8% 증가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수준 차이는 두 배 가까이나 되는데다 격차는 더 커지는 추세다.

“저희가 바라는 건 큰 게 아니에요. 저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거예요.”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는 국내 장편 상업영화로는 최초로 비정규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대한민국 노동문제를 낱낱이 고발한다. 지난 2007년 6월 이랜드그룹으로부터 정리해고를 당했던 당시 홈에버 마트 노동자들의 장기 파업사태를 모티브로 했다.

고객 만족 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온갖 불평과 잔소리에도 꿋꿋이 웃는 얼굴로 일하는 '더 마트' 직원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된다.

불편한 현실을 실감나게 소개하기 위해 영화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내세워 웠다.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둔 선희(염정아)를 비롯해 싱글맘 혜미(문정희), 청소원 순례(김영애), 순박한 아줌마 옥순(황정민), 88만 원 세대 미진(천우희)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다.

당장 직장을 잃게 될 직원들은 용기를 내어 힘을 합치고 회사라는 거대한 벽을 상대로 뜨거운 싸움을 벌인다.

선희가 마트안 서비스센터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회사가 잘 되면 저도 잘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짤리고 저희가 바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닙니다. 이렇게 외치는 저희를 봐달라는 겁니다. 저희 얘기를 들어달라는 겁니다. 저희는 투명인간이 아닙니다. 저희도 인간답게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부르짖는 비정규직의 외침이 전세대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2006년 11월 30일 비정규직 보호법이 통과됐다. 법안에 따르면 비정규직 사원을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기업은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 고용해야 한다. 2007년 당시 이랜드 그룹은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홈에버의 비정규직 계산원을 포함 계열사 노동자 700여 명을 부당하게 해고했다.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노동자들을 외주용역으로 전환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한 뒤 농성에 들어갔고, 파업은 무려 512일 동안 이어졌다.

2008년 11월13일에야 종결된 파업의 결과는 해고자 28명중에서 12명의 노조간부가 퇴사하는 것을 조건으로, 16명이 복직하는 것이었다. 노조간부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절반의 승리였다.

영화 ‘카트’는 개봉 전부터 각종 영화제에서 잇따라 호평을 받았다. 제3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도시기행’ 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우리 시대가 지금 요구하는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 제34회 하와이 국제 영화제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비정규직 관련 법률이 올해로 시행 11년째를 맞았다. 실업자 수는 지난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로 올라섰고 제조업 취업자 수도 8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고용 한파와 정치 불안으로 국민들의 삶이 고달프다.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고용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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