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 이론천문연구센터 티엠 황 박사, 우주 입자 위험성 규명해

▲ 초소형 우주선이 고속으로 성간물질 먼지입자와 충돌할 때 생길 수 있는 현상. 우주선이 상대론적 속도로 먼지입자에 닿으면 충돌 지점이 가열돼 증발하고 우주선 표면이 녹아 용융물이 되면서 움푹 패인 크레이터가 생긴다.(사진·설명-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우리나라 연구팀이 광속으로 날아가는 초고속 우주비행선과 미세한 우주 입자의 충돌로 우주선 표면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최초로 규명해냈다. 또 우주선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 15일 이론천문연구센터 티엠 황(Thiem Hoang) 박사와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이 미세한 원자와의 충돌이 초고속 우주비행체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페이스북 공동설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지구에서 태양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센타우리까지 초소형 우주선을 보내 우주를 탐사하는 스타샷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계획은 크기가 스마트폰만한 초소형 우주선 1천대를 만들어 알파-센타우리로 보내는 것이 목표로 각 우주선은 빛을 반사하는 얇은 돛을 달고 있어 이것이 추진기기 역할을 한다.

일단 이 우주선들을 로켓에 실어 지구에서 약 100만 km 떨어진 곳에 가져다 놓고 돛을 편 후 지구로부터 이 우주선들에 레이저 광선을 쏘면 우주선들이 빛을 반사하면서 운동량을 얻어 움직이게 된다. 우주공간에는 공기 저항이 없으므로 이런 방식으로 가속해도 속도가 거의 줄지 않는다.

이 계획을 추진하는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광속의 20% 수준으로 우주선을 가속하면 알파-센타우리까지 이를 보내는 데에 약 20년이 걸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발사가 가능한 로켓으로는 약 3만년이 걸리지만 이보다 기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우주선 기술 개발과 발사에 약 20년, 발사 후 우주선이 알파-센타우리에 도착하는 데 20년, 우주선이 알파-센타우리 도착 후 보낸 전파가 지구에 도달하는 데 4.37년 등 약 4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계획을 실현하는 데 장애물이 되는 것은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먼지와 가스입자 등 성간물질(星間物質)이다.

스타샷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광속의 20% 속도의 우주선의 경우, 우주공간에 있는 마이크론(micron, 1/1000 mm) 크기의 먼지입자나 무거운 원소의 원자들도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우주공간은 완벽한 진공상태가 아니라 먼지와 가스입자 등 성간물질이 존재한다. 성간가스는 주로 수소와 헬륨이 원자로 구성됐으며, 평균 1입방cm 안에 한 개의 비율로 존재한다.

알파-센타우리까지의 수소나 헬륨 원자는 대략 1천18개 가량으로 계산됐으며, 이 중에서 약 1.3% 정도는 수소나 헬륨 이외의 무거운 원소들이 분포돼있다. 먼지의 경우 대략 105개 정도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알파-센타우리까지의 경로에 먼지입자와 가스 원자의 분포도를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이들 입자들이 우주선 표면을 얼마나 손상시킬 수 있는지를 계산했다.

티엠 황 박사 등 연구진은 이런 여건에서 무거운 원소 원자가 우주선 표면에 0.1mm 깊이의 손상을 줄 수 있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 입자에도 1mm 깊이의 침식이 서서히 일어날 수 있음을 계산으로 보였다.

또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머리카락 정도 굵기인 15㎛ 정도 크기의 먼지입자와 부딪히면 우주선 전체가 파괴될 수도 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황 박사 연구팀은 초소형 우주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안했다.

일단 원통형이나 직육면체 등과 같이 우주선 진행 방향의 단면을 작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우주선의 표면적이 작을수록 우주 먼지로부터 피해를 덜 받게 된다.

또 그래핀과 같이 녹는점이 높고 강한 소재로 얇은 차폐막을 이중으로 만들어 우주선을 보호하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티엠 황 박사는 “이번 연구는 광속으로 우주여행을 할 때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천문학적인 관점으로 분석한 것이다”며 “이러한 연구 결과가 미래 우주선을 설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천체물리학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3월 1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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