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정경팀장·부국장

경북체육회가 체육회장인 김관용 경북지사의 대선 출마 공백으로 체육행정의 구심점이 흔들리고 있다.

경북체육회는 지난달 제101회 전국체육대회 유치과정에서 포항시의 금품로비 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최근 본부장(3급) 승진 인사도 ‘외부 입김’ 개입으로 조직에 금이 가고 있다.

도체육회는 지난달 31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본부장 인사를 안건에 올렸다. 경북생활체육회와의 통합으로 몸집이 커진 도체육회는 2본부장 체제로 직제를 개편키로 하고 이날 2명의 본부장 인선에 착수한 것이다.

당초 도체육회는 지난 3월 통합체육회로 출발할 당시 ‘2부 6팀’으로 조직개편안을 확정했으나 관련 인사를 1년가량 미뤄왔다.

하지만 이날 인사위원회에서는 본부장 승진 인사는 뒤로 미뤄졌고, 본부장 직책만 부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복수의 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인사 와중에 전임자인 이 모 전 사무처장이 조언 수위를 넘어 인사에 적극 개입하면서 조직 갈등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사위원회 직후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김상동 현 사무처장은 “이 전 처장이 전화를 걸어왔다”고 실토(?)했다.

주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 전 처장은 생활체육회와 체육회에서 각각 1명씩 본부장을 맡는 것이 조직 화합에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또한 유력한 승진 대상자의 근무 연한이나 나이에 비해 직급이 너무 높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고 한다.

결국 인사위원회는 생활체육회 팀장 가운데 승진 조건에 맞는 사람이 없자, 승진 인사를 또다시 미뤄 승진에 아무런 결격 사유가 없는 체육회 팀장들이 인사 불이익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전 처장이 8년 간 재임한 전임자로서 통합체육회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전임자가 도에 지나칠 정도로 이전에 몸담았던 조직 인사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조직의 건전성과 자생력을 해치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경북체육회가 통합 초창기 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에 이르려면 무엇보다 공명정대한 인사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외부에 의해, 정실에 따라 인사가 좌지우지된다면 어느 누가 조직을 위해 몸 바쳐 일하겠는가.

가뜩이나 사무처장 자리가 퇴직 공무원들의 전유물이 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많은데, 극히 정상적인 내부 승진의 길마저 막는다면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가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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