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팀장·영화 ‘아이 엠 샘’

▲ 출처=영화 ‘아이 엠 샘’공식포스터.

"그러니까 지금 당신을 ‘장애’라고 부르기 보다는 ‘불능’이란 말이 좋을지 어떨지…. ‘박약’하다고 해야 되나. 오, 이런…."
"샘. 그냥 샘이라고 부르세요." (리타와 샘의 대사 中 )

지적 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밝게 그려내 명작으로 유명한 영화 ‘아이 엠 샘’. 일반적으로 제목은 작품의 주제를 축약해서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제목은 왜 ‘아이 엠 샘’ 일까?

리타가 바쁘게 계단을 오르며 샘에게 했던 말, 그리고 전화를 받으며 대충 대답을 하면서도 그 속엔 영화의 큰 주제가 담겨있다.

나는 장애인도 아니고 불능자도 아니고 정신박약아도 아니다. 나는 ‘샘’이다. 나는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지적 장애인 샘(숀 펜)은 커피 전문점에서 일을 하다 아내가 아이를 낳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앞치마를 걸친 채 서둘러 병원으로 향한다. 갓 태어난 딸 루시(다코타 패닝)를 안고 병원 문을 나서 버스에 타려는 순간 아내 레베카는 거리의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이때부터 샘은 ‘육아 아빠’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샘은 딸의 이름을 ‘루시’라고 지었다. 가수 비틀즈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왔다.

루시(다코타 패닝)는 외출공포증으로 집안에서 피아노만 연주하는 이웃집 애니와 샘과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 이프티와 로버트 등 주변의 따뜻하고 친절한 도움으로 밝고 예쁘게 자란다. 부녀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생활을 보낸다.

그런데 루시가 7살이 되면서 영화는 전환기를 맞는다. 아빠의 지능을 추월해버리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학교 수업을 게을리 한 것. 사회복지기관은 샘의 가정을 방문, 샘은 아빠로서 양육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루시는 시설로 옮겨지고, 샘은 주 2회의 면회만을 허락받게 된다.

이제부터는 딸을 찾기 위한 법정투쟁이 시작된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샘에게 엘리트 변호사 리타는 쌀쌀맞게 의뢰를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리타는 동료들에게 샘이 무료 변론 의뢰인이라고 둘러댔다가 엉겁결에 변호를 맡게 된다.

샘에게는 불리한 재판이다. 그가 양육권을 인정받을 가능성은 낮았다. 샘이 훌륭한 아빠라는 것을 인정해줄 친구들은 재판에서는 증언을 할 수 없다. 음악 대학을 수석 졸업해 유일하게 법정에 설 수 있는 애니는 외출 공포증을 극복하고 증언대에 서지만, 결국 답변을 하지 못한다. 샘은 루시를 되찾을 수 있을까.

감독 제시 넬슨과 촬영감독 엘리엇 데이비스는 샘의 일상을 담아냈다. 숀 펜은 진짜 장애인이 아니냐는 질문이 많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깜찍한 어린 시절의 다코타 패닝과 미셸 파이퍼 등도 호연도 볼 수 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972년 한국신체장애자재활협회(현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4월 20일을 ‘재활의 날’로 정해 민간행사를 추진했다. 1981년 UN총회는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세계 모든 국가에서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했다. 우리나라도 1981년 4월 20일 ‘제1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의 법정기념일 축소 방침에 따라 법정기념일로 지정받지 못했다. 1989년 12월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의거, 1991년부터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됐다.

기념식은 장애인 인권선언문 낭독, 장애인 복지유공자 포상, 장애인 극복상 시상, 장애인 수기 발표,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또한 이 날을 전후한 약 일주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정하고 여러 가지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교육부는 제37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전국 초·중·고교에서 장애이해 수업을 한다. 장애학생과 일반 학생들이 함께 행복한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특별기획 방송은 학생들의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2005년부터 매년 교육용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초·중등학교별 맞춤형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장애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최근 통합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애인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하는 시민 의식을 어릴 때부터 교육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교육이 일반 학생들에게 주는 효과에 관한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 나와 남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회 통합’의 첫 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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