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의 날 맞아 포항시립교향악단과 특별음악회

▲ 연주회가 끝난 후 받은 꽃다발을 들고 있는 정민성 군.
조금은 다른, 조금은 특별한 음악회가 봄처럼 설레게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무대의 소리는 어떨까 기대도 됐다. 지난 2월 21일 SBS ‘세상에 이런 일이’ 촬영을 한 후 두 달만이다.

20일 오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이른 시간의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 객석은 분주하고 어수선했다. 명도중학교 2학년이 된 정민성(16)군의 공연을 관람하러 온 명도학교 아이들의 꾸밈없는 목소리가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카메라도 여러 대 배치됐다. SBS ‘세상에 이런 일이’후속 촬영이 있는 날이다.

이날 '함께하면 아름답다. 아름다운 동행'이란 주제로 명도학교 학생들을 위한 포항시립교향악단의 특별음악회 '베토벤, 역경을 딛고서!'가 열렸다.

먼저 포항시향이 밝고 화려한 색채감으로 춤곡의 세계를 리듬감 있게 표현한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46의8'로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어 이날의 주인공, 정 군이 무대에 올랐다. 연주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 1악장'.

포항시향의 연주에 이어 정 군의 카덴차(악장이 끝날 무렵 등장하는 독주악기의 기교적인 부분)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시향이 연주를 멈추자 곡이 끝난 줄 안 학생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정 군은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연주에 몰입했다. 처음 봤을 때 보다 실력이 많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 지휘자와 정 군은 연주 틈틈이 눈빛을 주고 받으며 호흡을 함께 했다. 좌석 곳곳에서는 정 군의 연주에 신이 나서 제자리에서 뛰는 학생, 즐거워서 소리를 지르는 학생 등 아이들의 돌발행동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 군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으로 끝까지 연주를 마쳤다. 관객들의 환호성 속에서 인사하는 정 군은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이었다.

피아노가 무대에서 빠지고 포항시향이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들려주며 이날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최경섭 명도학교장은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가슴에 꿈과 희망이 새겨졌으면 좋겠다”며 “포항시에서 음악회를 마련해 줘서 고맙고, 멋진 음악에 모두들 즐거웠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지도한 정미령(35·여)씨는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음악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민성이가 요즘 질문을 많이 한다. 음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전화도 자주 한다”고 뿌듯해 했다

이날 정 군의 가족들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관객들은 음악회가 끝난 후, 정 군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정 군의 가족들이 관객들의 요청에 사진을 찍어줬다.

어머니인 박영숙(44·여)씨는 “민성이가 연습을 하는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오늘 연주에 다 쏟아 부은 것 같다”며 “긴장도 됐을 텐데 끝까지 집중해서 연주한 민성이가 대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여동생인 정예은(14·창포중)양은 “오빠가 멋있고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피아노랑 좋은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군은 무대에서 떨리지 않았냐는 물음에 “안 떨렸어요. 좋았어요”라며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협주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연주가 끝난 후 내내 정 군의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동행을 한 아버지 정호영(50)씨는 “가족사진을 잘 찍지 못했다”며 핸드폰을 건네며 조심스레 부탁했다. 장애를 가족의 따뜻한 사랑으로 극복해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SBS 제작진은 “2월 촬영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공연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민성 군과 그동안 연락을 해 왔다. 처음 봤을 때보다 밝아진 모습에 우리도 힘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