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대결 구도 굳어질 듯…판세 따라 막판 단일화 재부상 가능성도

바른정당이 지난 25일 꺼내든 반문(反文·반문재인) 3자 단일화 카드가 하루 만에 급격히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단일화 대상인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단일화 논의가 차갑게 식었다.

바른정당은 지난 24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격론 끝에 '3자 단일화' 추진 당론을 모았지만, 유승민 후보가 “끝까지 간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당내에서조차 총의를 모으지 못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의총 후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과 김무성 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과 연쇄 접촉해 연대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지만 상대방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큰 진전이 없다.

안철수 후보는 25일 TV토론에서 "선거전 연대는 (없다고) 거짓말하지 않고 백 번도 넘게 말했다"고 독자노선 고수를 분명히 밝혔다.

특히 유 후보조차 이날 TV토론에서 "저는 단일화하지 않는다. 후보 동의 없는 단일화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해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역시 3자 단일화에 대해 "나는 생각도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바른정당과의 양자 단일화에 대해서는 "(유 후보가) 안 하려고 하잖아요"라고 말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홍 후보는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대선후보 초청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하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진다"며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대신 홍 후보는 "조원진(새누리당)·남재준(통일한국당) 후보만 들어오면 사실상 보수진영은 단일화되는 것"이라면서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라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각 당의 복잡한 사정과 관련이 있다. 한국당은 유 후보의 지지율이 낮고 유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층과 겹쳐 단일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나 '민주당 2중대'라고 비판해온 국민의당과는 연대를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국민의당 역시 국정실패세력이라고 비판해온 한국당과 손잡을 경우 호남 등 핵심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는 등 강력한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바른정당 유 후보는 한국당 내 친박패권세력이 청산되지 않은 데다 한국당 홍 후보가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후보자격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바른정당 선대위 부위원장인 이혜훈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전직 대통령의 실패로 보수가 전멸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보수의 미래를 재건하겠다는 마음으로 (새누리당을) 나왔다"며 "좀 가는 길이 어둡고 힘들다고 해서 도로 돌아가자는 것을 받아들이기 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자유한국당은 청산돼야 될 사람들이 청산은커녕 오히려 꽃보직을 받으면서 우대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일화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국민의당에 대해선 "사드든 뭐든 정체성이 우리와 맞게 변경이 되든 바뀌든 해결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처음부터 얘기했다. 지금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선 막판까지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지면 보수진영에서 "문재인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며 보수결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반문연대는 마지막까지 불씨가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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