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석 포항시립교향악단 상임단원

필자는 교향악단 첼로 연주자이다. 첼로는 어떤 악기인가? 본인은 고등학교 재학시절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음악을 하고 싶었으나 어떤 악기 혹은 어떤 분야로 공부를 할지 갈팡질팡하였다. 음악선생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였으나 성악은 목소리가 좋지않아서 할 수 없고, 대학을 가려면 국악밖에 할 수 없다고 조언을 해주셨는데, 당시 통기타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할 수 없이 부모님과 상의 하여 악기를 정하게 되었는데 그 악기가 바로 첼로였다. 이유는 기타랑 크기가 비슷해서…….

암튼 우연한 계기로 한 첼로는 연주자로 살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악기는 바로 첼로이다. 첼로는 이탈리아어로 ‘작으면서 큰 비올(small large viol)’이라는 뜻이다. 첼로는 16세기쯤 등장하였는데 18세기에 이르러서 현대의 악기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전에는 이름도 각양각색이며 심지어 크기마저도 달랐다고 한다. 현악기의 전신인 ‘비올’ 대신에 ‘첼로’라는 명칭을 사용한 최초의 작곡가는 줄리오 체사레 아레스티로 추정된다. 그는 소나타 Op.4(1665년, 베네치아에서 출판된 악보)에 처음으로 ‘비올론첼로(violoncello)’라는 이름을 붙였다.

초기에는 첼로 줄을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을 사용했는데 양의 창자를 꼬아 만들다 보니 현은 저마다 굵기가 다르고 음량도 크지 않았다. 음악에서 첼로의 역할은 베이스 반주정도 넣는 정도였다. 하지만 현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거트현에 미세한 철선을 감은 현이 개발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18세기 초에 현악기의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악기는 현대의 현악기 제작의 표준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스트라디바리의 악기 규격으로 현악기는 제작된다. 점점 독주악기로서의 진가가 발휘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악기 연주법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서 비올을 연주하는 자세로 수많은 사람들이 첼로를 배웠으나, 파블로 카잘스에 의해 테크닉의 변화와 발달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파블로 카잘스는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을 제일 먼저 발견하고 연주를 초연한 첼로 계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카잘스 시절 첼로 연주법중 가장 이상한 것은 오른쪽 옆구리에 책을 끼고 연주하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연주하는 사람은 없다. 어린 카잘스는 악기에 대한 높은 이해와 연구로 현대의 첼로연주법을 발전을 이루었다. 안타깝게도 바흐 자신이 직접 써내려간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자필악보는 오늘날 소실되어 버린 것으로 판단된다.

파블로 카잘스가 찾아낸 것은 바흐 자필악보가 아닌 필사본인 것이다. 그리고 작곡연도에 관해서도 대부분의 바흐의 기악곡과 마찬가지로 분명히 알 수는 없다. 다만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작곡연도 추측에 관해 참고할 수 있는 두 가지 힌트가 있다. 연구자들은 악보를 필사한 안나 막달레나의 필적을 세밀하게 추적해 연도를 추정했다. 안나는 원래 한 권으로 되어 있었던, 위에서 언급한 두 개의 필사 악보를 만들었다. 학자들은 여기에 남아있는 필적과 악보용지의 투영 모양을 조사했고, 그 흔적으로 미루어 보아 1727년부터 31년 사이에 작성되었다고 추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어린 카잘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바흐 첼로 무반주 모음곡은 첼로연주자들에게는 성서와 같은 곡이 되었다.

교향악단의 연주자로 첼로에 대해 느낀 것은 첼로는 반주도 하지만 솔로와 같이 멜로디를 연주하는 구간이 꽤 많은 악기이다. 첼로의 장점이라면 누구나 다 똑같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사람의 목소리와 음역대가 비슷해서 편안하다는 점이다.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비슷하지만 다 다른 것 같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존재하고 유명한 스승의 제자들이 넘쳐 나지만 그들의 연주 스타일, 음색, 노래하는 음악은 전부 다르다.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다르다. 악기를 20여년 하면 엄청 잘할 것 같은데, 연주 연습을 할 때마다 늘 새로움을 느낀다. 한 유명 연주가가 매일 연습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매일 연습을 하면서 자신의 연주 실력이 느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참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첼로 음악은 큰 울림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개인적으로 첼로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린 경험이 있다. 처음 첼로를 시작할 때 들어서인지 아직도 그때의 감동을 늘 가지고 있다. 첼리스트 자클린느 뒤프레의 엘가 첼로 협주곡을 추천하며, 즐거운 한주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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