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20대가 어머니와 함께 귀향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극심한 실업난에 청년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5시께 청주시 흥덕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옥산휴게소 화장실에서 A(25)씨가 목을 맨 것을 그의 어머니가 발견했다.
서울에서 올해로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A씨는 이날 어머니 승용차를 타고 고향인 경북 구미로 가던 중이었다.
A씨는 지난달 18일 치러진 2017년도 제1차 경찰 공무원(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떨어진 뒤 낙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공무원 필기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공원에서는 B(32)씨가 나무에 목을 맨 것을 산책 중이던 시민이 발견했다.
유서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 더는 살아갈 힘이 없다. 계속된 실패로 절망을 느낀다” 등의 내용이 적혔다.
지난 3월 20일 전북 전주의 한 고시원에서도 공시생 C(30)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고시원 관리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C씨의 휴대전화에는 발송되지 않은 “엄마 미안해”라는 문자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 청춘들에게 공무원이 되는 길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은 물론, 공기업 등에서도 채용인원이 급격하게 줄고 있어 청춘들의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식이다.
지난 8일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서 치러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에서는 4천910명 선발에 17만2천747명이 응시했다.
35대 1의 높은 경쟁률 속에 공무원 되는 영광을 안는 응시생은 고작 4천910명이다.
응시생의 2.8%만 ‘간택’ 받는 셈이다. 97%의 공시생은 기약 없이 내년 시험을 기다려야 한다. 내년 시험에 된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해 9급 공채 필기시험에서는 4천120명 선발에 16만4천133명이 응시해 39.8:1의 경쟁률을 보였다.
낙방한 공시생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에 시달린다. 최근에는 이런 공시생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층 공시생은 25만7천명(현대경제연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19∼34세 취업준비자의 68.2%가 부모나 친지에게 생활비를 일부라도 도움을 받는다. 취준생의 67.6%는 생활비 조달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근로 활동을 하는 취준생도 68.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청년들의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청년실업이 이젠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만큼 정부와 각 지자체는 ‘청춘자살’에 대한 각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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