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영 포항시 공무원·칼럼니스트

이른 신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급하게 분초를 다투면서 바쁘게 살다 보면 이것저것 할 일들은 많은 것 같은데 제대로 마무리가 안 된 것 같은, 잠자리에 들면서까지 오늘의 할 일들을 다 하지 못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하루에도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 하나를 붙잡아 해결해 놓으면 또 다른 하나가 ‘나 여기 있지롱, 나 잡아 봐라’ 하고 도망 다닌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컴퓨터를 켜고 오늘의 할 일 파일을 열어 오늘 할 일이 뭔가 점검해 보고 다 한 일들은 초록색으로 표시하고 미결된 일들과 추가로 더 해야 할 일들은 다시 오늘의 할 일 목록에 추가 시켜 놓는다.
급하게 일을 처리하다 보면 오히려 일이 더 쌓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서두르다가 더 오히려 먼 길을 돌아가고 너무 급한 나머지 마음의 평정을 깨트릴 일들을 저지르고 마는 경우도 다반사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일수록 마음의 평정심을 갖고 신중히 시간을 두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다급하게 빨리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에 서두르다 많은 실수들을 하고 만다.
진로문제도, 직장문제도, 연애문제도 다 마찬가지로 성급한 마음에 서두르다가 우회하여 더 많이 먼 길을 돌아간 일들이 많을 것이다.
마음을 평정하기에 좋은 것은 개인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이럴 경우에는 냄비를 한 번 닦아 보자.
옛날에 엄마들은 속상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아무 말도 없이 냄비를 닦았다, 이미 닦아서 깨끗해진 냄비도 다시 꺼내서 닦고 또 닦고 그릇들도 다 꺼내어서 또 새로 씻고 또 씻고, 엄마들의 그런 행동들이 때론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도 엄마들의 나이가 되어 속상하고 힘든일들이 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냄비를 닦고 그릇들을 빡빡 문지르다 보면 놀랄 정도로 마음이 평온해 지는 무상무념의 경지를 경험하곤 한다.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엄마들이 왜 그렇게 빡빡 냄비를 문지르고 닦고 또 닦았는지, 옛 선인들의 지혜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냄비 닦기는 훌륭한 마음 수련의 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여성들이 최고로 부러워하는 신데렐라의 이름의 뜻은 재를 뒤집어 쓴다는 뜻인데 신데렐라는 언니들에게 구박과 멸시를 당하고 재를 뒤집어 쓰면서까지도 계모와 자매들을 위하여 매일매일 냄비를 닦고 그릇을 닦고 청소를 하였는데 결과론적으로 그 힘으로 백마 탄 왕자와 결혼까지 하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는 전 세계 모든 여성들의 이상형이 되었다.
뭔가 찜찜하고 뭔가 일이 안 풀리는 것 같고 뭔가 뒤틀려진 것 같은가?
자, 그렇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냄비를 닦아보자, 냄비가 좀 뭣하면 자신만의 한 공간을 정하여 윤이 나도록 닦아 보고 쓸어 보고 반짝반짝 빛을 내보자, 그러면 곧 우리의 마음도 반짝반짝 윤이 날 것이다.
오늘 저녁에는 오랜만에 가스렌지를 한 번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아 봐야겠다, 내 마음이 평온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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