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팀장 · 영화 ‘화려한 휴가’

1980년 5월 18일 광주, 작전명 ‘화려한 휴가’.

공수부대가 광주에 투입된다. ‘독재타도’, ‘계엄해제’를 외치는 시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다. 광주는 끔찍한 비명으로 가득한 대량학살의 현장으로 바뀐다. 안타까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붉은 피로 물들여졌다.

영화는 시작 전 자막을 통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임을 밝힌다. 수년에 걸친 취재로 탄생한 캐릭터들은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다.

시위에 가담했다가 5.21일 도청 앞에서 총을 맞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시기사 김복만(당시 28세)씨는 영화에서 ‘강민우’라는 인물로 재탄생 했다. 20일부터 카톨릭농민회 회원들과 시위에 동참, 27일 도청에서 최후항쟁에 참가했다 총에 맞아 사망한 홍순권(당시 20세)씨는 ‘강민우’라는 인물의 모티브를 제공했다.

이밖에도 민우는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를, 계엄군의 총에 아버지를 잃어 합동 장례식에서 영정을 들고 있는 소년은 조천호씨를 연상케 한다. 진압작전이 벌어지던 시각 광주 시내를 돌며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들을 기억해 주십시오"라고 외치는 신애는 가두방송에 나섰던 이경희씨도 겹쳐보인다.

각각의 에피소드도 모두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김지훈 감독은 영화의 절반인 1시간은 평범한 행복을 담아낸다. 계엄군이 투입된 이후 상황은 역전된다.

친구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자 진우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시위대에 합류한다. 민우는 결국 싸늘한 진우의 주검을 대한다. 신애는 민우를 구하기 위해 군인을 죽이고 충격에 몸을 떤다. 민우와 인봉, 용대 등 시민들은 총을 들고 시민군을 결성하며 박흥수는 이들을 규합한다.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밀린 계엄군은 일단 철수를 결정한다. 그러나 5월21일 오후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국기하강식 시간에 대규모 발포를 가해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다.

5월27일 시민군이 사수 중인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최후 진압작전을 앞두고 흥수는 "신애를 부탁한다"며 민우를 내보내지만 민우는 다시 돌아온다. 새벽 4시, 군인들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이들의 소박한 꿈이 짓밟힌다.

화면에는 역사의 사실과 영화의 허구가 교묘하게 교차한다.

김 감독은 영화 소개책자에서 "우리의 지나온 역사는 어둠을 넘어 희망을 열어온 역사이며, 그 희망을 만들어온 것은 묵묵히 자신의 본분을 다해온 우리의 민초들"이라며 “우리가 숨 쉬는 자유와 민주, 이런 것들이 어떤 한 영웅에 의해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 민초들이 피땀 흘린 노력의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광주를 지켜준, 더 나아가 자유를 지켜준 그들을 주인공으로 사람냄새 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를 통해 작지만 힘이 된다면 서로 화합을 하고 용서를 구하고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다. 올해 기념식은 1만 명 이상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거행된다. 기념식은 '5·18 정신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특히, 올해 기념식에서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공식 식순에 포함해 참석자들이 모두 함께 힘차게 부르는 제창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취임한 뒤 제37주년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을 국가보훈처에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지시는 5·18 민주화운동과 그 정신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이 1997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2008년까지 제창해왔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합창단이 부를 때 참석자들은 부를 사람만 부르는 합창으로 진행됐었다.

민주와 평화· 인권의 5·18 정신을 계승해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을 열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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