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석 포항시립교향악단 상임단원

음악과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과 커피한잔의 여유’ 카피문구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커피한잔은 어쩌면 작은 휴식일 것이다. 새로 당선된 문제인 대통령도 커피 마니아라고 한다.

커피는 술과 달리 우리에게 잠을 몰아내고 정신을 맑게 하며 집중력을 강화해 준다. 유럽에서 한창 와인이 신의 음료가 각광받고 있을 때 이슬람의 검은 와인인 커피는 단숨에 유럽을 점령해 버렸다. 이러한 커피는 언제부터 볶아서 마시기 시작했을까?

먼저 불에 대한 신화를 보면 제우스가 숨겨둔 불을 프로메테우스가 훔쳐 와서 인간에게 준 덕에 불의 이용이 가능했다는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에게 분노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놓고 매일 독수리가 그의 간을 쪼아 먹도록 했다.

불을 도둑맞은 제우스는 인간을 벌하기 위하여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흙으로 판도라를 빚어 만들고 온갖 불행을 담은 상자를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가게 하였다. 그 상자에는 인류의 모든 재앙이 들어 있었는데 유일한 선은 ‘희망’뿐이었다. 절대 그 상자를 열어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듣긴 했지만, 호기심을 못이긴 판도라는 그 상자를 열어보았고 그 안에서 온갖 불행과 재앙이 퍼져 나와 인간 세상으로 퍼져 나갔다. 그때부터 인간은 온갖 불행과 어려움에 절망하였지만 그래도 희망을 간직하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신화에 따르면 결국 인간은 불을 가진 대가로 온갖 불행과 재앙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커피를 마시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물을 끓이고, 생두를 볶는 등 불은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니까.

자, 과연 언제부터 커피를 볶아서 마시기 시작했을까? 커피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커피를 발견했을 당시의 음용방법은 생두를 가공해서 마셨을 것이다. 그 시작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2~13세기경 아랍에서 찰흙이나 돌로 만든 그릇에 생두를 올린 후 불 위에서 로스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1650년경 원통의 로스터가 출현하였으며, 19세기에 이르러 오늘날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드럼형 로스터가 등장하였다. 사용 연료는 예전에는 나무나 석탄, 숯 등을 사용하였으나, 최근에는 전기나 가스등을 주로 이용한다.

현재도 수망이나 프라이팬, 도자기로 만든 도구를 이용하여 커피를 볶기도 하지만 가장 오래된 커피 로스팅 방법은 뚜껑이 없는 그릇에 커피 생두를 넣고 볶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이후에는 주철로 만든 냄비(현재의 프라이팬)를 불 위에 얹어 볶는 형태로 변화하였는데, 이런 방식의 로스팅은 아무리 잘 섞는다 해도 온도가 높은 부분의 커피는 타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원통형(드럼형) 로스터기이다.

원통형의 용기를 눕히고 손잡이를 달아 돌리며 열을 가함으로써 커피생두가 고르게 로스팅이 되며 용기 벽면에서 방출되는 복사열도 이용하게 된다. 따라서 용기의 회전 도중에 연기 및 가스 방출을 위한 통풍이 가능해졌고 더 많은 양의 커피를 볶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형태의 수동형 로스터기는 최근에도 샘플용이나 가정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후 전동 모터의 발명으로 1903년 원통형 전동 로스터가 발명되었고, 이는 현대 로스터기의 구조 및 원리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열전달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가스 등의 완전연소 연료가 등장하면서 전도열과 대류열을 적절히 활용한 로스터기가 점차 개발되었다. 이는 빠르게 고른 로스팅을 가능하게 하여 품질이 일정한 커피를 빠른 시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현대의 생산방식의 기초가 되었다.

현재의 커피 로스팅 방식은 직화식, 반열풍식, 열풍식 로스터로 구분할 수가 있는데, 최근에는 반열풍과 열풍식을 합친 로스터기가 각광을 받고 있다. 같은 생두를 로스팅하여도 볶는 방식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물론 로스팅을 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다. 그래서 커피를 잘 볶는 집을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한다. 우리의 삶에 커피한잔의 여유와 음악을 같이 한번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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