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형 재울포항향우회 회장 ·민주평통 외교안보위 상임위원

새싹이 돋아나고 봄꽃이 화창하게 피어나던 지난 4월의 어느 봄날이었다.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포항향우회 향인들과 함께 포항시 북구지역의 명승지와 문화유적지를 탐방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번 고향 문화유산 탐방은 재울 포항향우회가 ‘고향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자’는 취지로 주관하였는데, 지난해 남구지역 탐방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행사였다. 지난해 봄에는 장기읍성, 장기향교, 오천 오어사, 구룡포 근대역사거리, 호미곶 해맞이공원 등 포항 남구지역의 명승지와 문화유산을 탐방하였다.

이번에는 포항시 북구지역의 명소로 알려진 흥해 이명박 대통령 고향집, 화진해수욕장, 청하 보경사, 상옥 경북수목원, 하옥계곡, 기북 덕동문화마을, 기계 파평윤씨 시조 윤신달 장군 묘소, 기계 문성리 새마을운동발상지 등 고향의 명승지와 문화유산을 두루두루 탐방하였다. 울산에서 포항시내까지는 전세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는데, 새로 시원하게 뚫린 울산-포항 간 고속도로(53.7km)를 달려 30여분 만에 도착하였다. 울산과 포항 간 교통 접근성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고향으로 향하는 여정은 늘 즐겁고 가슴 설레는 일이다.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고향이 주는 넉넉함과 아늑함 때문일 것이다. 이번 고향 탐방의 백미(白眉)는 역시 청하 보경사(寶鏡寺)이다. 보경사는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고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천년 고찰이다. 보경사는 신라 진평왕 25년(602년)에 대덕(大德) 지명법사(智明法師)가 창건한 사찰로서, 중국 진나라에서 가져온 팔면보경(八面寶鏡)을 종남산(終南山) 아래 큰 연못에 묻고 그 터 위에 절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경사 경내에는 원진국사 비(圓眞國師 碑, 보물 제252호), 보경사 부도(보물 제430호), 보경사 5층석탑(유형문화재 203호), 보경사 대웅전(문화재 자려 231호), 보경사 탱자나무(경상북도 기념물) 등 역사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보경사를 둘러싸고 있는 내연산(內延산, 710m)은 학소대, 기와대, 선일대, 비하대 등의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10여리 계곡과 관음폭포, 연산폭포, 잠룡폭포 등 12폭포가 어우러져 뛰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속할 정도로 유명하다.

보경사에서 나와 68번 국도(國道)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차로 30분 정도 올라가면 해발 709m 높이의 성법령(省法嶺)에 다다른다. 성법령은 태백의 구봉산(九峰山)에서 시작된 낙동정맥(洛東正脈)이 동해안을 따라 내려오다가 낙동정맥과 비학지맥(飛鶴支脈)으로 갈라지는 분기점(分岐點)이 된다. 낙동정맥은 성법령에서 기북 침곡산, 기계 운주산과 봉좌산, 안강 도덕산을 거쳐 경주 단석산으로 이어지고, 비학지맥은 신광 비학산, 포항시내 연화재를 거쳐 우목항 앞바다에서 동해로 흘러 들어간다.

성법령을 기점으로 북쪽으로는 상옥계곡, 하옥계곡으로 이어지는 오십천이 흐르고, 남쪽으로는 기계천이 흘러 양동마을 인근에서 형산강으로 합류한다. 내연산 서쪽능선 자락을 따라 형성된 상옥계곡과 하옥계곡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천하절경을 자랑하며, 수심이 깊고 물이 맑아 여름철이면 인근 포항 경주는 물론 멀리 부산, 대구 등지에서도 피서객들이 몰려온다. 그리고 해발 500~900m 높이의 고원지역에 자리한 경북수목원은 전국 2위 규모로 고산식물과 토종식물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포항 북부지방의 명승지와 문화유적을 탐방하면서 우리 고향이 매우 아름답고 유서가 깊은 땅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길이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할 의무와 책임이 우리 세대에게 있다는 사실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내연산 주변의 보경사, 상옥계곡, 하옥계곡, 경북수목원 등의 명승지와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이 일대를 국립공원(國立公園)으로 지정하였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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