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태 정책팀장·국장

이명박 전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은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국책사업이었다. 전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컸던 만큼 많은 의혹도 지녔던 사업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4대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문제 삼고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를 지켜보면서 국민적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당에서도 걱정이 있다”며 “동일한 사안에 대해 사전, 진행과정, 그리고 사후에 3번의 감사 동안 감사결과를 다르게 발표한 것은 그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 발표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다”면서 “감사원 발표 부분을 앞으로 소상하게 밝혀서 의혹이 해소되도록 해주고, 필요한 후속조치와 대책을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었다.

이어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받아든 새누리당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할 강석호 의원을 팀장으로 하는 4대강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심재철 최고위원과 김무성·권성동 의원 등이 포함된 태스크포스팀은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내용을 집중 검증에 나섰다.

당시 태스크포스팀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MB정부 시절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웠던 ‘친이계’ 인사들이었다. 팀장을 맡은 강 의원은 포항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이며, 심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 내 유일한 친이계였다. 권 의원은 MB정부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으며, 김 의원의 경우 공개석상에서 4대강 사업을 옹호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4대강 태스크포스팀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진정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급기야 환경단체들과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4대강 사업검증기구에서 4대강 사업 찬동인사를 제외시키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4대강조사위원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실과 검증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엄정한 검증을 위한 원칙과 방안으로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을 포함한 4대강 사업 전반에 대해 검증할 것, 위원회의 실질 조사권한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으나 결과적으로 제안의 대부분이 외면됐다”고 주장했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성명을 통해 “조사평가위원회의 조사 범위와 조사권을 제한하고, 4대강 찬성 쪽 인사들을 포함하려는 행태에 대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명확한 법적 위상과 투명성을 확보한 위원회를 조속히 출범시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 황인철 팀장은 “국무총리실은 4대강 사업에 직접 참여한 정부와 공기업 인사만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며 “4대강 사업 찬동 인사들이 참여해서는 엄정한 검증이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과 갈등의 원인은 세 차례 시행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었다. 2011년 1월 처음 감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다음번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시설물 품질과 수질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에서 설계 부실로 인한 보의 내구성 약화 등 안전성 문제와 수질악화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세 번째 감사 발표 결과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고, 이로 인해 사실상 건설사 담합을 방조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에 따른 감사원의 감사가 계속 달라지는 결과에 국민들은 의혹을 쌓으며 지금의 문재인 정부까지 왔다. 감사원은 그동안 모든 국민이 납득이 가도록 해명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4대강 태스크포스팀의 구성도 친이계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하여 투명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했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4대강 사업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4대강 사업 추진에 대한 책임 규명 의지를 밝히면서 4대강 사업 조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브리핑에서 4대강 사업 정책결정과 집행 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추진하겠다면서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후대의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백서로 발간할 예정이라고 강조하면서, 감사과정에서 명백한 불법 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 조사와 함께 19대 대선 물 관리 공통 공약 사안이던 물관리 일원화를 적극 반영해 환경부와 국토부로 나뉘어 있던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도록 조직을 개편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전면 재조사 지시로 진상이 어떻게 밝혀질 지는 미지수다.

4대강 재조사 문제는 한 4, 5년 국정감사에서 다뤄졌던 문제이고, 4대강 사업 시행으로 가뭄이나 홍수 문제가 해결됐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영산강 같은 경우 당시 전남지사는 오히려 4대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는 MB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의 잘못된 점을 점검하고 보완한다는 관점이 아닌 4대강 사업의 흠집을 찾아내 MB를 비롯한 당시 친이계에 대한 보복성 수사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국민에게 불신감만 심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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