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미 국정국악원장

지난해 '흥,망,성,쇠 백인의 흥마당' 공연을 마치고 서상은 호미수회장에게서 전화 한 통이 왔다.
“박선생, 공연 참 잘 보았어요. 내가 30년 안 먹던 술을 기분이 좋아서 한 잔 했네 그려”하시며 2017년 호미예술제 공연을 부탁했다. 서 회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동안은 동네 노래자랑을 해 왔는데 이제는 새롭게 색다를 것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말에 ‘경창대회’가 번뜩하고 떠올랐다.

요즘 각종 대회가 여기저기 곳곳에서 많이 치러지고 있지만 삼면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에서 바다를 보면서 하는 대회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일에 흥미가 많은 나는 바로 착수하여 대회를 열 수 있도록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준비를 시작했다.

제목은 서 회장과 토의 끝에 ‘전국 바다뱃노래 우리소리대회’로 정했다. 주제를 바다와 뱃노래로 한정하기보다 바다를 소재로 한 노래면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이번에는 창작으로 바다를 소재로 한 개사곡 호미곶 쾌지나 칭칭나네로 축하 무대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 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전국의 뱃노래 토속민요를 수집해볼 계획이다.

이번 대회는 5도민요(경기민요, 동부민요, 남도민요, 서도민요)와 국악가요, 뱃노래 토속민요를 대상으로 개최할 생각이다. 가장 큰 의미를 둔다면 전국의 해맞이 명소로 알려진 호미곶에서 대회를 여는 것이다.

호미곶은 본디 장기곶으로 불리다 조선의 풍수지리학자 남사고(南師古)가 '동해산수비록(東海山水秘錄)'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으로 백두산은 코, 장기곶은 꼬리에 해당한다고 묘사한 것을 바탕으로 2001년 12월 포항시는 ‘호랑이 꼬리’라는 의미의 호미곶으로 지명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또한 호랑이는 예로부터 병귀나 사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는 것으로 믿었고, 효와 보은의 동물로 묘사되어 왔는데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변하는 과정에서 실종된 전통의 효와 보은의 덕목은 오늘날 우리가 이어가야 할 만대의 유산이기에 효와 보은의 상징성이 담긴 ‘호미곶’에서 천년을 이어가야 할 우리의 멋과 풍류가 깃든 대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의미를 가져 본다.

나아가 조상의 심결과 서사가 담긴 민초들의 소리(민요)와 삶의 희로애락을 두드림으로 표현한 우리 전통 장단 위에 몸짓을 얹어 예술 혼으로 맥을 잇는 경연대회를 통하여 철의 도시 포항의 한정성을 벗어나 21세기 환동해 시대의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화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목표를 둔다.

새해 첫 날 제일 먼저 뜨는 해를 보며 모두의 상생을 비는 호미곶에서 21세기 포항의 웅비를 열며 이곳 호미곶에서 상보적인 삶으로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고, 살리는 상생의 소리 대회를 개최함은 의미가 자못 크다고 생각한다.

호미바다예술제 추진위원회, 전국바다뱃노래 우리소리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아이국악협회 포항지부, 소리마당국정국악원이 주관한다. 오는 27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호미곶 등대박물관 영상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많은 시민들의 관심 바란다.

알파고가 대신할 수 없는 예술! 그 예술을 이어 가는 것이 오늘 우리 예술인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하며 호미곶에서 새로운 문화와 예술의 홀씨로 다음 즈믄해(천년)로 이어지게 하는 가교를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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