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채널 MDCT 촬영을 실시하고 있는 건칠불좌상.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건칠불좌상 어르신(?) 뇌에 이물질 의심돼 정밀진단이 필요”
환자 인적사항“이름:건칠불좌상, 성별: 남성, 나이: 500살.”
“불상 머리면 신경외과 접수?”, “고령자 우선 접수가 되는지?”등 반응도 뜨거워


지난해 6월 포항성모병원 1층 영상의학과 CT실에서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건칠불좌상 어르신(?)의 뇌에 이물질이 의심돼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북 남원시 실상사 극락전에서 긴급 후송된 이 불상은 여러 의료진들의 입회하에 3D-CT 촬영을 실시했다. 정확한 이미지를 뽑아내기 위해 영상의학과 부관민 과장이 3일 여 간 판독 과정을 거쳤다. 진단 결과, 조선시대 건칠불좌상의 머리 안에서 14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사경(寫經)인 ‘상지은니(桑紙銀泥)대반야바라밀다경’이 발견됐다. (본보 5월 25일자 1면)

대한불교조계종 실상사와 불교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앞서 2005년 이 불상에 대해 X-선 조사를 한 바 있다. 당시 머리 안에 복장물이 들어 있는 것으로 관찰됐지만, 무엇인지 판단 할 수 없어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 3D-CT 촬영을 통해 접힌 책에 금속성 물질로 쓴 글자들이 겹쳐 있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3D-CT는 비파괴, 비접촉으로 짧은 시간에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03년부터 문화재에 대한 비파괴 광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사용된 128채널 MDCT(다중검출 전산화단층촬영장치)는 실시간 입체영상을 이용해 머리, 심장, 흉부 등 각종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심장 촬영이 가능하고 3차원 영상을 구현해 환부를 뚜렷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심장박동을 인위적으로 늦추는 약물을 투여해야만 심장혈관촬영이 가능했던 환자들도 빠르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0.3mm의 크기까지 구별할 수 있는 선명도를 보유해 미세 병변진단도 가능하다.

발굴 협조를 한 포항성모병원에는 128채널 MDCT 촬영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 시민은 전화로 “개인 불상을 갖고 있는데 찍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네티즌들의 이번 발굴 방법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불상 머리면 신경외과로 접수해야 하는지”, “고령자 우선 접수가 되는지”, “미이라도 촬영할 수 있는지, 외국인이라 보험처리는 안 되겠다”, “조영제를 써야 하는 데 혈관이 없다” 등의 질문들을 쏟아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포항성모병원 측은 “불교문화재연구소의 의탁 검사로 실시했는데 예상외의 반응에 놀랐다”며 “우수 시설·장비를 통한 문화재 발굴에 도움이 돼 뿌듯하다. 해외 의료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도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

한편 포항성모병원은 이번 발굴에 사용된 128채널 MDCT를 지난 2009년 아시아 두 번째, 국내 두 번째, 지역 최초로 들였다. 이 밖에도 64채널 3D CT, 3.0T MRI. 1.5T MRI 등 지속적으로 최첨단 의료장비를 도입해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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