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가격이 끝없이 오르고 있다. 국정 혼란기를 틈탄 기습인상이 문재인정부 출범 후에도 급등세다. 새정부의 각료 인선이 국회 청문회 등의 절차로 늦어지면서 가격 인상의 주체격인 대기업들은 여전히 현 상황을 국정 혼란기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1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제품가격을 올린 주요 식품업체 1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개 업체의 매출원가율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율은 총매출 가운데 제품의 매입원가 혹은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하락한다는 것은 기업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결국 이들 8개 업체는 원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음에도 가격을 올린 것이다.

농심의 경우 작년 말 기준 매출원가율이 67.8%로 1년 전에 비해 1.4%포인트 떨어졌다. 삼양식품도 74.4%로 1년 만에 1.0%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두 업체는 지난해 12월과 올 5월에 라면 가격을 각각 5.5% 인상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코카콜라음료, 롯데칠성 음료 등도 같은 기간 매출원가율이 0.6~1.4%포인트 하락했으나 맥주, 탄산음료의 가격을 최대 7.5% 올렸다.
BBQ도 매출원가율이 63.3%에서 62.8%로 떨어졌으나 가격 인상으로 ‘치킨 2만원 시대’를 주도했다.
식품 대기업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국정 공백기를 틈타 소비자를 속이고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덩달아 소비자물가도 급등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2.0% 상승했다.
전월(1.9%)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로, 올해 들어 매달 2% 안팎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류 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축산물, 수산물, 과일 등 식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전체물가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식품 물가는 서민들 생활과 가장 직접 연결된다. ‘식탁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면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실제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계란 가격은 작년보다 67.9% 급등했고 닭고기와 돼지고기도 각각 전년 대비 19.1%, 12.2% 올랐다. 전월과 비교해도 각각 5.5%, 7.5% 상승했다.
수산물 물가도 전년 대비 7.9% 뛰었으며, 채소, 과일, 어패류 등을 포함한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달 5.6% 올랐다.

국민들은 새 정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치·경제적인 변혁 요구에는 민생과 직결된 물가안정이 당연히 포함돼 있다.
변동성이 큰 농·축·수산물 물가를 잡아야 전체 소비자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의례적인 수급 안정 대책으로는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새정부 차원의 근본적이면서도 강력한 물가정책이 즉각 시행돼야 한다. 국민 삶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물가라는 점을 새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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