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5월도 순식간에 지나가고, 초여름부터 무더위가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정부는 유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해 조국을 위해 몸을 바쳐 헌신한 선열들을 국민들과 함께 추모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늘 돌아오는 유월이지만, 이맘때가 되면 아카시아 꽃향기와 함께 오래전에 쓴 시가 떠오른다.

보이십니까, 당신은/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포탄 속에서/ 선홍색의 핏방울을 튀기며 쓰러지는 그들의 모습이// 들리십니까, 당신은/ 메아리의 대답마저 끊겨버린 조국산하에서/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통곡하는 어버이의 목 메인 소리를// 남북으로 끊어진 핏줄을 잇기 위해/ 청춘의 한 순간을 영원으로 떠나보낸 그대/ 해마다 아카시아 꽃피는, 유월이 되면/ 그대의 원혼이 조국의 가슴에 짙은 향기로 되살아난다// 조국을 위해 젊음을 채 꽃피우지 못한/ 그대들을 위해서라도/ 아무리 애타게 소리쳐 불러도 대답 없는/ 그대들의 영혼을 위해서라도// 보여주어야 하리/ 동강난 허리 이어진 조국의 모습을/ 조국의 맑고 푸른 하늘에 웃음 가득한 소리를// - 「아카시아 꽃피는, 유월이 되면」 전문

유월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는 안 될 동족상잔의 비극이 발발한 달이다. 또한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부상을 당한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감사와 함께 사랑하는 가족을 조국에 바치고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으로 살아가는 보훈가족들의 아픔이 있는 달이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현충일과 6·25전쟁은 잊혀지고 국가유공자와 유공자 가족에 대한 고마움은 사라지고 있다. 최근 초·중·고교생들의 설문조사에서도 보여주었듯이, 현충일이 무엇인지, 6·25전쟁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지금부터라도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한 몸을 오직 조국수호의 일념으로 나라를 위해 던진 국가유공자들의 희생정신과 국가보훈의 가치를 일깨워야 한다. 아울러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에 대한 보답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전후 기성세대들이 나서야 한다.

국가를 짊어지고 갈 젊은 세대들이 나라사랑하는 마음과 국가에 대한 안보의식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국가의 안위와 유지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말이다.

호국보훈의 달은 단순히 기념해야 할 달이 아닌, 가슴 깊은 곳에 새기면서 순국선열과 국가유공자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후대에 까지 그 뜻을 이어가야 하는 책임이 국민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평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안정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국가유공자들의 피와 희생이 그 바탕임을 알고,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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