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필자가 인구 52만의 지방도시인 포항에 살고 있고, 어차피 거주지인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으므로 칼럼을 쓴다 하더라도 수도권이나 전국적인 이슈보다 지역 관련 주제들이 많다. 하지만 국제 컨테이너항을 지닌 포항의 환동해권에 대한 포부가 포항만이 아니라 대구경북지역과 한국 전체의 포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데, 이를 다룬 칼럼이나 사설이 지역신문에 게재되거나 심포지엄이 열린다 해서 국가적인 정책수립 관계자들이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일은 드물 것 같다. 물론 지역주민들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수없이 지역현안을 중앙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이도 자칫 지역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으니 안타깝다.

물론 정책의 수립은 국가적, 광역적, 지역적 체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그를 위한 결정들이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함이 맞다. 하지만 그 정책이라는 것이 다양한 공학적·경제사회적 요인들 보다 정치적인 혹은 정무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경우가 많아서 그 결정이 터무니없다고 낙심하고 불평하는 그룹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북방·해양정책과 같은 국가적인 사안들은 물리적 공학적 논리, 역사적·정치적·경제사회적 배경, 이웃나라들의 정치적인 변화, 국제적인 이슈 등에 의해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방향이 정해져야 함이 맞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다양한 요구와 필요사항들도 잘 수집·분석하고, 통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역의 입장에서도 어떠한 정책적인 요구를 위해서는 설득할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시민들의 담론을 배경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알고 있다.

포항에 20여년 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들은 좁게는 영일만항의 활성화 및 광역적인 역할에 관한 것들이고, 넓게는 정부의 북방·해양정책에 관한 것들이다. 과거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을 못 잊어함은 우리 한국인의 고단했던 역사·문화 속에 함유된 속성 탓이라고 보지만, 지금 우리는 세계화의 영향과 지정학적인 이유에서라도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하는 북방과의 네트워킹과 광활한 해양자원 활용을 좀 더 심각하게 추진할 필요가 크다. 하지만 우리 한국의 약한 국력 탓인지, 아니면 전략부족 탓인지, 중국의 동북3성, 러시아의 연해주, 몽골, 그리고 북극항로 개발 등에 관한 국제적인 관심에 비추어 우리 한국의 관심과 위상은 보잘 것 없게만 보여 진다.

기업의 목적은 투자대비 이익 극대화라고 할 수 있고, 이익이 크게 예상된다 하더라도 리스크가 큰 경우는 그만큼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소상인이나 작은 기업들인 경우에는 자본도 부족하고 경영이나 R&D능력이 부족하기에 함부로 투자하려하지 않는다. 특히 해외진출의 경우 국가 간의 네트워킹에 바탕을 둔 진출지원이 없으면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으로서도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지자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경북도나 포항시가 환동해권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부르짖어도 국가의 적극적인 국제관계 개선 및 지원이 없으면 진전이 크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지자체의 노력이 전혀 소용없다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자세로 나간다 해도 국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필자는 새정부 들어서서 북방정책에 그리고 북방과의 관계에 변화가 있기를 희망하며, 과거 한국의 동북아물류중심국가 정책 등과 같이 환동해권 활성화 내지 러시아-한국 시베리아 공동개발과 같은 좀 더 적극적인 북방정책들이 수행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또한 우리 지자체들로서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해가자고 주장하고 싶다.

우리 동해안의 도시들이 더구나 영일만항·포스코항·동빈내항을 지닌 포항으로서는 러시아와 중국 동북3성의 항만들과의 연계가 필요하고 북한의 나진항을 잘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 한국의 북방정책 진전을 위해서는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철도와의 연결을 위한 동해선의 조기완성이 필요하고, 러시아 및 중국과 협력 하에 북한을 통과하는 철도, 가스라인, 송전시설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과의 농업협력, 수산물 어획 및 가공협력사업들도 좀 더 활발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하자원 및 해양자원개발, 수자원개발, 국제관광네트워크개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해양탐사연구, 한일 해저터널 연결 노력 등도 중요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좀 더 적극적인 북방정책의 추진이며, 이때 동해안의 중심허브인 포항권의 역할이 좀 더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포항은 한국의 어느 도시와도 차별화된 철강산업, IT·바이오·소재 등에 걸친 우수한 R&D 및 국제적인 수준의 대학교, 그리고 국제항만과 공항을 보유하고 있고, 경주는 천년고도인 역사·문화·관광도시인데, 지금까지 북방사업을 위한 그들의 포텐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보아지는데, 이 포텐셜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함이 북방정책의 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울릉도의 항만과 공항개발도 이러한 북방정책의 일환이자 동해안의 중심허브인 포항권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진행되어야할 것이라고 보며,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담론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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