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활동에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결집할 필요성이 불가피하게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집단의 규모에 상관없이 지도자가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지도자의 능력과 자질이 더욱 더 중시된다. 규모가 커질수록 집단 구성원 사이의 이해 갈등의 양과 폭이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집단에서 지도자의 이런 기능을 리더십이라고 한다. 그런데 역사적 발전 단계나 시대적 상황에 따라 리더십은 각기 다른 모습을 취한다. 예컨대 왕권 국가나 권위주의적 체제에서는 구성원들에 대한 위협과 압도로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여 일정한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일이 리더십의 중요 수단이 된다. 반면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는 각자의 자발적 동기 유발을 통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 요소가 된다. 또 권위주의 리더십은 지도자의 개성과 자의적 판단이 중시된다. 반면에 민주주의 리더십은 지도자의 직위(자리)가 지도자 개인의 개성이나 자의적 판단 능력보다 더 중시되는 경향을 띤다.

민주주의는 모든 인간의 평등을 이념을 기본 원리로 삼는다. 평등의 이념은 보통 권리와 의무의 평등으로 명시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모든 인간이 능력에 있어서 평등하다는 점을 전제한다. 능력이 평등하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능력이 기계적으로 균일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 인간들의 개별적 능력차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개인의 초인적 우월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모든 인간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누가 지도자의 지위에 오르더라도 이런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주의 리더십에서 지도자 개인보다는 그 직위가 중시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실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 리더십의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취임한 지 대략 1년 정도는 그가 대통령의 지위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언론은 물론이고 반대 세력까지도 협력해준다. 한 인간으로서 대통령이 지닌 개성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보아 큰 결점이 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그 지위에서 그 지위에 맞게 역할을 수행해나가는지를 지켜보고 난 후 평가하기 시작한다. 이런 정치문화는 인간의 오류 가능성이라는 겸허한 자세와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의 선택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도력을 보면서 과연 민주주의 리더십이 무엇이어야 하고, 그에 걸맞는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곰씹게 된다. 민주주의 리더십에서는 오류 가능성이 큰 흠결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지위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을 때 얼마나 그것을 잘 수행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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