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9일(현지시간) 숨지면서 미국 내 대북여론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달 말 미국 순방을 앞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조전을 보내는 등 미국내 악화된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번 사태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북·미 관계가 더욱 악화하면서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첫 한·미 정상회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
상황이 이렇자 문 대통령은 조전에서 "웜비어 씨의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북한이 인류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했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평양을 여행하다가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웜비어는 선고 직후 혼수상태가 됐지만, 북한은 1년 넘게 그의 상태를 숨겼고, 지난 6일 갑자기 미국 측에 웜비어를 데려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북한은 웜비어가 재판 후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으나, 귀국 후 그를 치료한 미 의료진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증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웜비어가 심폐기능이 정지하면서 뇌 조직이 죽을 때 나타나는 광범위한 뇌 조직 손상이 발견됨에 따라 구타 및 고문 의혹은 한층 짙어졌다.
이번 사태는 오는 29~30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뜩이나 미국은 지난주 방미한 문정인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통령특보의 돌출 발언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바 있다.
이번 사태가 당장 한미간, 북미간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우리정부는 지금 북한에 역류돼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문제도 이 기회에 공론화 해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에는 우리 국민 6명이 억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북·중 접경 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다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한에 공관을 두고 있는 유럽 국가들을 통해 억류자들의 안위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지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 대학생의 죽음 이면에 가려진 북한의 반인권적 행태에 대해 문재인정부는 우리 정부 차원의 대책도 적극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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