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미 국정국악원장

요즘 시대는 취미생활 천국시대이다. 특히 자녀의 교육이 마무리되신 중년의 주부님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취미를 마음껏 선택하여 할 수 있는 것이 많고 중년 남성분들도 용기만 있다면 두루 두루 배울 것이 너무도 많다.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도 하고 어렵다고들 하지만 옛날 어머님들의 생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넉넉하다. 소리공부 또한 예전에는 팍팍한 현실을 노래로 올올이 풀었다면 요즘은 개인의 취향에 맞게 즐겁게 노래를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0세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각자 본인에게 맞는 취미 생활 활용법일 것이다.

요즘 국정은 취미 생활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부부소리꾼 이야기로 화기애애하다. 지난번 바다 뱃노래 우리소리 대회에 출전한 유일한 부부 팀이다. 남편 분은 일반부에 아내 분은 신인부에 나가서 우수상과 장려상을 한 집에서 다 가지고 가셨다. 그분들은 다름 아닌 국정 옆에 몇 집 안 되는 이웃 분들인데 처음 국정이 자리 잡고부터 부인이 먼저 와서 민요와 가야금을 배우고 있다.

표고버섯 농장을 하면서 전원생활의 여유와 멋을 한껏 즐기는 분이다. 남편 분은 부동산일을 하고 늘 동네 주변을 산책할 때마다 우리민요를 즐겨 부르는 분이다. 남성분으로는 보기 드물게 민요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하러 몇 번 왔는데 무대경험이 적어 발림(몸짓) 부분이 조금 어색 했지만 소리는 수준급이었다.
대회 날 남자 분이 한 분뿐이어서 당연히 눈에 띄었고 며칠 만에 어설픈 동작은 간데없고 발림(몸짓)또한 처음 보다는 많이 좋아져서 무대에서 숨은 재주를 맘껏 발휘 하였다. 부부가 함께 경창대회에 나가서 모두 상을 받는 이야기는 아마도 아주 귀하고 의미 있는 일이 아닐 런지….

요즘은 각자 바빠서 한집에 사는 가족들도 대화 할 시간이 없어 나부터도 때론 전화로 밀린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고 사는 것이 참말로 우습네요.’ 하며 웃고 넘기지만 한집에서 같은 취미로 대회에 함께 나온다는 것은 기적이 아닐까 싶다.
국정에 자리 잡고 4년 만에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연일읍 달전리 경사요, 포항시 일등 문화시민의 우수 스토리 일 것이다.
두 분을 보면 일찌감치 도시를 벗어나 근교에 자리를 잡고 전문성 있는 일을 하면서 전원의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고 또 거기에 건전한 취미로 삶에 활력을 주면서 아름다운 노년의 길로 두 손 잡고 가는 모습이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스님 한분이 오셔서 소리공양을 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맘대로 되지 않으신다고 소리공부를 하시고 싶다고 오셨다. 15년 전일까 충청도 방곡사에 산 공부를 하러 갔을 때 일본에서 오신 스님 한분이 “‘소리공양이 으뜸이라” 하시며 소리하는 우리들에게 칭찬을 많이 해 주신 적이 있다. 아마도 듣기 좋은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편안하게 하는 매력이 있어 그럴 것이다.

악학괘범 서문에도 악(樂)은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에게 붙은 것이다' 라는 표현이 있다. 음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귀하고 소중하며 사람에게 꼭 필요하다는 뜻이 분명할 것이다.
국정 뒷집 김사장님네는 부부 소리꾼이요, 앞집 인경제자님은 가야금을 시작하고 요즘 볼 살이 통통 올라 10년은 젊어 보이니 참으로 보기가 좋다. 제자님들 좋은 기운으로 감사한 오늘 하루가 또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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