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천수 시인

우리가 이렇게 한가롭게 산책하고
우리가 이처럼 평화롭게 운동하는 이곳, 형산강 이 언덕은
6·25동란 때, 한 때는 최전선이었다.
놀랍게도
연일 이쪽 언덕은 국군이라는 이름의 아군 진지였고
효자 저쪽 언덕은 인민군이라는 이름의 적군 기지였다.
슬프게도
우리가 어릴 때, 1960년대 그 가난한 시절,
연일에 사는 우리는
이 언덕에 동그랗게 움푹 팬 곳,
아, 참호였던 곳을 파서 총알이며 탄피며 철모,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번호, 군번을 가지고
우리는 엿을 바꿔 먹곤 했다, 철딱서니 없이.
-그때 동그란 움푹 팬 곳, 참호를 파면 뼛조각도 나왔다.
인민군 총알이나 탄피는 엿을 바꿔주지 않았고
전해오는 얘기로는
연일 마을 거리마다 송장들이 넘쳐나서
마을을 지킨 이는 산 자가 아니라 죽은 자였다고 하네
효자 마을 역시 마찬가지였으리.
아아, 형산강 이 언덕을 지나가는 이여!
이 언덕 지나갈 때는
한 때는 최전선이었던 형산강, 이 언덕을 지키기 위해
모든 사연 깊이 가슴에 묻고
오직 호국의 의지 하나 활활 불태우며
이름 없이 산화한 용사들,
아니, 이름 없이 산화한 영웅들, 그 호국 영령들 기억하시라
그 호국 영령들의 호국의지 가슴에 새기시라
그리고 임들 가신 길, 꽃길이길 바라시라
임들이시여!
우리는 호국의지 가슴 깊이 새겨
임들의 뜻 받드나니
부디 진혼하옵고 가신 길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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