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미경 작가. /대백갤러리 제공
'피미경의 플라워 스토리Ⅲ'전이 오는 25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대구 중구) A관에서 열린다.

화가는 자신의 내면 감정을 ‘미술’이라는 표현양식을 통해 진솔하게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과장되게 표현하기도 한다. 작가의 풍부한 미의식으로 표출되는 작품들은 표현양식과 형상미의 묘사에 따라 ‘구상미술’과 ‘추상미술’로 구분한다.

자연의 모습을 작가의 눈과 손으로 모방하거나 모사하는 구상적 표현방식과 미적체험을 토대로 작가내면을 주관적으로 표현해 내는 추상적 표현방식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현대의 시각예술은 점차 영역이 확장돼 가고 있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돼 있는 정신세계를 어떠한 틀이나 제약 없이 표출시켜냄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의 해방과 인간성 옹호라는 새로운 미술운동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굳이 ‘현대미술’이라는 형식으로 한정짓기 보다는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자유로운 미의식과 표현양식의 전개 속에서 창의적인 조형미를 추구해 나가는 새로운 미술운동으로 명명해 본다.

여류화가 피미경은 대상의 재현에서 오는 사실적 묘사보다 사물의 내면에 내재돼 있는 상징적 의미를 간결한 터치와 강렬한 색채로 함축해 내고 있다. 표현의 자유로움과 개방적 미의식, 작가의 풍부한 경험 등 다채로운 요소를 기반으로 표출하는 그의 회화는 짙은 상징성이 주는 강렬한 아우라를 담고 있다. 자연이 주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사물에 내재된 강한 에너지를 회화적으로 묘사해 냄으로써 관람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고 있다.

작가의 미의식 속 진정한 리얼리즘은 눈에 보이는 객관적 진실추구 보다는 작품의 내용과 주제의식이 주는 주관적 관점 표현에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미학자였던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예술작품이 개념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비동일적인 것으로서의 자연미를 매개함으로서 참된 인식을 구체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술작품은 단지 초월적인 가상이 아니라 현실을 과정을 반영 하는 것이라는 이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 피 작가는 작품 속 조형의식을 추상적으로 표출하기 보다는 구상적 재현에서 발원하는 것도 아도르노 이론과 그 의미를 같이 하고 있음을 인지한다.

이번 작품전은 그녀의 첫 개인전 이후 일관된 소재로 다루어져 왔던 '꽃'에 관한 이야기를 연작으로 이어가고 있다. 자연을 묘사하는데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소재 '꽃'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중간적 매개체이며,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이다. 작가는 이러한 소재 속에 담겨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들을 자신의 내면적 의식과 결합해 새로운 조형언어와 이미지로 표출해 내고 있다.

꽃의 형태와 색채가 주는 표면적 의미 이외 작가는 내면 속에 숨겨진 현대인들의 깊은 이야기들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이 품고 있는 생명과 순환의 의미를 그녀의 광의적 조형의식으로 메타적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너무나 매혹적이고 강렬한 색감이 주는 배경화면애 아름다움을 극대화 하는 꽃의 절제된 묘사와 과감한 생략이 주는 공허함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조형의식과도 그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간결한 표현과 강한 주제의식에서 표출돼 지는 감감적 이미지는 피 작가의 회화만이 가지는 독창성과 차별성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최근작 50여점으로 마련되는 그녀의 세 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다.

문의 053-420-8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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