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우리 대한민국 지역과 해역에서 연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은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대한민국과 동북아 지역을 보호하며,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이다. 훈련의 성공을 위해 전략자산을 배치,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문재인 정부는 한-미 군사연합훈련과 한반도에 배치된 미국의 전략무기 축소를 미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문정인 문재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대통령 특보가 밝혔다. 아울러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미뤄지는 데 대해선, 법적 절차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지난 6월 16일 민간단체인 미국 ‘우드로윌슨 센터’와 한국 ‘동아시아재단’이 공동으로 워싱톤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두 가지 방안을 밝혔다.

첫 번째 방안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할 경우, 한국 정부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배치된 미국의 전략자산 무기 역시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방안은 “북한의 비핵화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연결하는 것이다”고 소개했다. 이는 평화체제를 만드는 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의미한다.

문정인 특보는 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안이 이란의 핵 합의와 비교할 때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이 두 가지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후에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하면서,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은 남북 간 합의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증표로, 이를 실천한다면 적극 도울 것이다”고 했다. 즉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을 북한과의 대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문정인 특보의 16일(미국 현지 시간) 워싱톤 발언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 등을 동결할 경우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축소할 수 있다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반도 문제의 책임을 북한뿐 아니라 미국도 함께 져야 한다는 북한의 동맹국인 중공의 입장과 유사하다. 중공은 북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을 동시에 멈추는 것을 의미하는 "쌍중단(雙中斷)"을 줄곧 주장해왔다.

문정인 특보는 미국은 사드 배치를 통해 미군과 미군 시설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부지를 제공받기를 원했고, 이에 따라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부지를 제공했다. 그러나 미국 무기가 우리 대한민국 땅에서 가동되기 위해선 미국은 대한민국 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군은 대한민국 법 위에 있을 수 없고, 대한민국 대통령 또한 한국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 법적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곧 문정인 특보가 이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와 관련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사드가 미군과 미군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는 문정인 특보의 설명 역시 미국무부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애덤스 대변인은 지난 5월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전과 한국민을 북한의 무력 공격으로부터 지키고, 미-한 연합군을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순전히 방어적 조치이다”고 하면서, 사드가 미군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무부는 미-한 군사훈련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문정인 특보의 발언이 “한국 정부의 공식 정책을 반영한 게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시아 에드워즈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6월 17일 ‘VOA’에 “해당 발언은 문 특보 개인 견해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문 특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 중단 시 한-미 군사훈련 축소를 미국과 논의할 수 있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개인 의견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뜻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한미연합 훈련 중단 정도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동결할 가능성은 없다. 만약 동결하겠다는 약속을 해도 이는 거짓이다. 체제의 존망을 걸고 제재를 감수하고 주민들을 굶겨 죽여가면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대화나 거래를 통하여 이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語不成說이다.
미국이 항공모함, 전략 폭격기를 포함한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한 것은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때문인데,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 축소라는 문 특보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차이를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이는 곧 한미동맹을 흔들리게 하는 한 요인이 됨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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