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영 포항시공무원·칼럼니스트

 

불그스레 노을이 지는 들녘에 농부 부부가 두 손 모아 감사로 하루를 마무리 하는 밀레의 만종은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새벽 미명에 일어나 하루를 감사로 열고 늦은 저녁 지친 잠자리에 들면서도 감사기도로 마무리를 하는 이는 행복한 사람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평온이 절로 일어나는 밀레의 만종 그림처럼 범사에 감사하며 자족하는 이도 행복한 사람이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고 바이블 하박국에서는 노래하고 있다.
 

오늘 먹을 양식이 없고 내일 들어올 봉급이 불투명하고 통장의 잔고는 거의 바닥을 보이는데도 과연 즐거워하고 기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아들이 좋은 대학에 가면 감사하고 사업이 술술 잘 풀리면 감사하고 직장에서 승진하면 감사하고 봉급이 오르면 감사하고 이런 통념적인 감사의 틀 안에서만 감사하고 있다.

어느 동네에 한 부자가 살았는데 그는 어느 날 아침부터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집집마다 대문 앞에 1달러를 놓아두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그 돈을 가져갔다, 다음에는 5달러를 놓아두었는데 역시 사람들은 그 돈도 가져갔다, 며칠 뒤에는 10달러를 놓아두었는데 그 돈도 사람들은 가져가면서 마음씨 좋은 부자가 우리들을 이렇게 생각해 주는구나 하면서 감사했다.

한동안 마을 집집마다 돈을 놓아두었던 부자는 얼마 뒤에는 돈을 더 이상 놓아두지 않았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얼굴빛이 변하면서 그 부자를 향하여 삿대질을 하며 왜 더 이상 돈을 주지 않느냐며 우리에게 어제처럼 똑같이 돈을 달라고 원망과 불평의 화살을 쏘아댔다고 한다.

평범한 일상에 뭔가 특별한 일들이 일어나야지만 감사를 하는 우리들이다. 매일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 날 수 있는 것,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감사의 큰 조건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은 어제 하늘나라로 간 어떤 이가 그토톡 살고파 하던 내일인 것이다.

매일 숨 쉴 수 있는 공기, 눈부시게 환한 태양, 또 적당한 구름과 비, 살랑살랑 불어대는 간질거리는 바람, 우리의 심신을 평안하게 해 주는 초록의 들판과 산과 들, 졸졸졸 정답게 흐르는 시냇물, 때로 웅장한 폭포수, 시원한 물 한 잔, 얼음 한 조각에도 감사의 이유가 충분하다.

우리가 사는 일상이 늘 고속도로일 수만은 없다, 때로는 울퉁불퉁한 자갈길이고 때로는 비포장이라서 온 몸에 타박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래도 감사하자, 진정한 감사는 감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아주 작은 0.001%의 감사의 이유를 찾아 내는 감사이다.

이런 진정한 감사를 하는 사람에게 비로소 하늘 문이 열린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하늘 문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모두는 우리 삶에 충만한 하늘의 축복을 바라고 있다, 축복의 터널로 진입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감사하라, 감사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가! 그래도 감사해 보라,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도 감사’는 바로 하늘 문을 여는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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