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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칼럼] LA의 그로브몰과 그랜드센트럴마켓구자문 한동대 교수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기온이 오전부터 화씨 90도(섭씨 31.9도)를 넘어서고 있다. 낮 최고기온은 화씨 100도(섭씨 37.8도)에 도달 할 것인데, 내륙지역은 이보다 10도는 높은 편이라서, 에어컨 없이는 누구도 생존이 힘든 때가 요즈음 여름이다. 이곳은 전통적으로 살기 좋은 지중해성 기후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겨울은 따뜻하고 자주 비가 내리는 우기이며, 여름은 건기이며 덥지만 그늘은 시원하니 지낼만하다고. 사시사철 푸르름에 오렌지 향기가 풍기는 곳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름 몇 주는 견디기 힘든 사막기후임도 사실이다.

동네 인근의 후리웨이를 달리다보면 지난 겨울에 푸르러 보이던 주변의 산들이 지금은 얼룩무늬 형상을 보인다. 풀들이 누렇게 말라 바탕을 이루고 여기 저기 낮고 넓게 자리 잡은 초록의 관목들 때문이다. 물론 평지에 위치한 주변 동네들은 큰 키에 풍성한 잎줄기의 야자나무들이 수없이 솟아있고 오크추리 같은 대형수목과 자작나무나 사이프러스 같은 중소형 수목들이 푸르름으로 숲을 이루고 있지만 스프링클러 없이는 유지되기 힘들다.

코리아타운은 요즈음 건축붐이라서 많은 콘도와 상가들이 지어지고 있다. 이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전반적인 경제호황 하에 일어나는 상황인데, 한 제자가 근무하는 베벌리힐스에 위치한 한 저명 대형건축회사는 요즈음은 일이 많아 큰 건물을 지니고 있음에도 증원되는 직원들 공간마련이 힘들어 건물을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 제자는 젊은 나이에 대규모개발사업의 부 매니저급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번에 만난 다른 한 제자는 윌셔가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택설계 및 시공감리를 전문으로 하며 작은 규모의 회사를 알차게 운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 건축가 제자와 로스앤젤레스 이곳저곳을 다녀왔다. 우선 방문한 곳은 ‘행콕파크’에 위치한 ‘라치몬트 스트릿’이다. 이곳은 전통적인 부유층 동네 옆에 있으면서 1950년대의 전통적인 모습을 한 상가이고 주말에는 파머스마켓이 열리는데, 요즈음은 아주 많은 이들이 찾는다. 좀 더 서쪽으로 운전해가면 대규모의 ‘그로브몰’이 있다. 이곳은 대규모 파머스마켓이 있던 곳인데, 도시재생사업으로 손꼽히는 글렌데일의 ‘아메리카나’의 원조격인 곳으로 사시사철 많은 이들이 찾는다. 이곳은 아웃도어에 샤핑,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커뮤니티가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었다. 고급 부티크, 카페 및 레스토랑이 있고, 분수대와 놀이터가 있고, 트롤리가 다니는 거리와 산책로 등을 지닌 이곳은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고, 그리고 식사와 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이 쉬며 즐길 수 있다.

화씨 100도의 무더운 날씨인데도 이곳은 관광객들로 넘친다. 주변에 ‘팍 라브레아 아파트’가 보이는데, 과거에는 애 딸린 결혼한 유학생들이 살기 좋은 저렴한 곳이었다는데, 이제는 고급아파트로 변했다. 우리일행은 거리 이곳저곳에서 사진도 찍고 파머스마켓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리고 분수 옆 이탈리언레스토랑에서 아이스워터를 엄청 마시며 파스타, 샐러드, 피자 등을 먹었다.

그후 차를 몰아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오늘 원래 가려던 곳이 ‘그랜드센트럴마켓’인데, 날씨가 더워서 시설이 좀 더 좋은 그로브몰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는 다운타운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다운타운으로 들어서면서 마주치는 것이 ‘후랭크 게리’의 작품인 해체주의 건축양식의 ‘월트디즈니 컨서트홀’이다. 그리고 다음에 보이는 건물이 ‘더 브로드’이다. 이곳은 개인미술관인데,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몇 달 전 예약해야 한다. 이곳에는 제프 쿤스,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주로 미국 현대미술가들의 작품들이 자선사업가인 ‘엘리 브로드’ 개인 소장품들로서 전시되어 있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은 지난 십년, 아니 오년 정도의 기간에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과거의 낡은 상가들이 크게 향상되어 있고 새 건물들이 많아지고, 커피숍이며 레스토랑에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되어있다. 100년 역사를 지닌 그랜드센트럴마켓은 25년 전에도 비슷한 모습이기는 했으나 지금은 가게 주인들도 많이 바뀌고, 좀 더 상품의 종류도 많아졌고, 엄청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 되어 있다. 한 마디로 ‘죽도시장골목’ 같은 곳이다. 주변의 건물들도 크게 리노베이션되어 거리의 풍경이 아름다운 영화의 장면들 같이 보인다. 실제 이곳은 2016년 개봉한 ‘라라랜드’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가 요즈음 갑자기 눈에 뜨이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은 아니다. 로스앤젤레스시는 20여년 전에도 꾸준히 이 같은 낙후된 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 결과가 인구의 증가, 세계경제의 변화 등과 발맞추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본다. ‘카루소그룹’이 지금은 세계적인 명소가 되고 그 지역발전의 앵커가 되는 ‘그로브몰’이나 ‘아메리카나’를 기획·투자 한 것은 그 지역으로서는 운 좋은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사업성공을 위해서 기업만이 아니라 지자체와 주민들의 다양한 지원이 있었을 것이다. 라치몬트 스트릿과 같은 전통상가 시설의 보전도 부동산가격이 크게 상승함에도 그 전통적인 모습을 지켜내려는 주민들의 노력과 지자체의 가이드가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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