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여름이다.

이런 날 집에서 에어컨을 켜 두고 빈둥빈둥 노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겠지만, 바다가 바로 보이는 횟집에서 모둠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이면 대통령도 부럽지 않을 호사다.

본격적인 여철 휴가철을 맞아 해양 관광 도시인 포항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터넷 상에는 포항 여행, 포항 맛집이 검색 순위에 오르고 있다.

영일대 해수욕장, 호미곶 상생의 손, 포항크루즈, 죽도시장 등 포항 여행에 정답은 없지만, 포항 먹거리엔 정답이 있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에 위치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전망을 가진 ‘일번지 횟집’ 은 이미 포항 사람이라면 거의 알만한 곳이다.

분위기 좋지, 맛 좋지, 깔끔하지. 이만한 횟집이 어디 있으랴?

뭐든지 손수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주인 아주머니는 밑반찬으로 나오는 것에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매일 담그는 새우장과 소라장은 밥도둑으로 그만인데, 밑반찬으로만 먹기에는 그저 아쉬울 뿐이다.

전복, 멍게, 해삼 등의 기본 찬으로 입맛을 돋우고 나면 드디어 메인 메뉴가 나온다. 줄가자미 회와,참가자미, 도다리, 쥐치로 구성된 모둠회를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전 4시55분께 강구수협에 가 싱싱한 활어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사장님의 고집이 빛을 발하는 때이다.

속칭 ‘이시가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줄가자미는 평균적으로 kg당 4~5만원 선에서 거래가 되는 다금바리 뺨치는 고급 어종인데 포항에서 맛볼 수 있으니 제주도가 부럽지 않다.

간장에 고추냉이를 풀어 만든 양념장에 줄가자미를 콕 찍어 먹으니 보는 것보다 더 큰 감동이 밀려온다.

어떻게 회를 치냐에 따라 특유의 육즙을 살릴 수도 있고, 뼈의 연한 맛을 살릴 수도 있는 칼 맛이 좌우하는 줄가자미의 참 맛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칼을 직각으로 세워 길게 뼈째 썰어내 뼈를 씹는 맛과 쫄깃쫄깃한 줄가자미의 식감이 입안에서 춤을 추니 눈 깜짝할 새 식도로 넘어가 버린다.

다음은 사장님의 추천인 참가자미다. 연한 뼈를 씹을수록 참가자미 본연의 맛이 나와 천국이 있다면 이런 맛일듯 하다.

한두 점을 먹다보니 금세 한 접시를 비워냈다. 40년이라는 경력이 전혀 무색하지 않았다.

모둠회를 먹고나니 문듯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이 생각났다.

‘혀 위에서 미끄러져 목구멍 속으로 증발했다. 안타까웠으나 황홀했다. 사라졌는데 머릿속에서 몸속에서 붉은 꽃이 피어나는 듯 했다. “아니 이런 맛이…”’('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中)

비록 접시위의 생선 살점들은 모두 사라졌으나 그 여운은 오랫 동안 남는다.

올 여름 휴가 때 무조건 찾아가 먹어 봐야 할 횟집 1순위로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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