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미 소리마당 국정국악원장

진정한 사랑의 표현은 상대에게 반하여 그 감동에서 나와야 오롯이 전달된다는데…. 나는 아들 하나 달랑 낳고 내 감정에 취해 소리공부 하느라 주위를 살피는 것에 소홀했다. 아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 군대를 갔고 말년 휴가를 나와서 사업을 한다기에 그 동안 아들에게 진 빚을 갚아보려 서둘러 사업할 장소를 물색했다.

엄마로서 최선을 다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을 했다. 성급히 사는 통에 건물 내부는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고 지하실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기억도 못할 만큼 성급히 계약을 했다. 오로지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안정된 공간을 확보해 주어서 못다한 어미 노릇을 해보려고 한 마음이 다 이다. 온 열정을 다해 일주일 동안 포항 건물은 내 눈에 다 넣을 듯 다녔다.

이제는 아들에게 에너지를 쏟아야지 하고 건물에 들어섰는데 신경도 안 썼던 지하실을 보고 심장이 뛰었다. 바로 소공연장으로 사용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이 남편과 아들이 함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가며 우리 손으로 꾸몄다. 지하공간은 그렇게 누구나 쉽게 자기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작은 무대와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럭저적 3층에서 아들이 원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몇 달을 시행착오를 하다 1층으로 전진하려고 1층 세입자에게 과감히 계약 만료를 통보하고 순서에 맞게 진행하던 중 어느 날 아들이 사업을 더 이상 할 수가 없겠다고 자기는 직장을 찾겠다고 선언을 했다.

내가 이렇게 우리집 이야기를 소상하게 적어 내려가는 이유는 또 한 가지가 있다. 이 칼럼은 나중에 나의 회고록처럼 들춰보려고 부끄러운 이야기도 쑥스러운 이야기도 그냥 적어 내려간다. 이러고 보니 건물은 원래 가고자 했던 방향을 잃고 달랑 남았다. 그리고 1층 세입자가 나가자 건물은 노후되어 다시 리모델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나에게로 에너지를 쏟지 않으려고 했는데 원하든 원치 않든 이렇게 또 건물이 내 중심이 되고 말았다. 국정 아트홀 ‘HIT 아날로그 감성충전소’가 만들어 지게 된 하소연이랄까.

남편은 요즘 달전 국악원에서 닭을 키우면서 무료한 아파트 생활보다 국악원에서 생활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휴일이면 늘 닭장 앞에서 왔다 갔다 바쁘다. 요즘 국악원은 동물 천국이다. 닭장은 이렇게 더운데 어미닭들이 병아리들을 품어 좁은 닭장에 병아리들이 몇 마리인지도 모른다. 아주 작거나 조금 크거나 하는 닭들이 비좁은 닭장을 뛰어 다닌다.

그리고 얼마 전에 죽은 보터콜리 토리의 딸래미 사랑이가 토리 대신 자리하고 있고, 친정 아버지 생신 때 오빠가 데리고 온 발발이종인 귀요미 오월이, 그리고 새침이 아기 고양이 두 마리 온과 유, 이렇게 4마리가 마당에서 서로 핥아 주고 사이좋게 잘 논다.

초저녁 어둠이 내려 간간이 바람이 분다. 고양이가 차지한 그네에 살짝 기대며 한숨을 쉬어본다. 아들은 다행히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에 방향이 잡혀서 멀리 가지 않고 포항에 취직이 되었다. 이제는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 반하여 사랑을 전할 때이다. 나 자신을 사랑했던 수많은 시간들을 이제는 국정 아트홀 ‘아날로그 감성충전소’에서 그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

스트레스 해소의 일등공신으로 건강과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감성충전을 목표로 심신의 힐링 및 장수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골~골! 백세가 아닌 팔팔 백세를 대비하여 건강과 재미를 목표로 두드림을 통한 자신의 건강 힐링 및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여 모두가 다 행복한 ‘사이다’ 같은 관계 만들기,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상대를 배려하는 장구 치기, 서로의 관계를 청량하게 하는 사이다 같은 노래 부르기, 장수 구축에 필수 불가결인 전신운동 춤을 더하여 백세시대에 웰빙에서 웰다잉으로 이어지는 댄스로 여생 탄탄 프로젝트다.

포항문화예술회관 앞 국정아트홀 ‘HIT아날로그 감성충전소’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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