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지난 12일 국정기획위는 ‘전시작전통제권’을 조속히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원래 발표 초안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대선 공약대로 ‘임기 내 전환한다.’는 것이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조속히 전환한다.’는 것으로 표현이 바뀌었다.
이 같은 '과거와 현실을 부정·무시하고 안일한 미래를 가정한 현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을 조속히 전환한다.’는 국방개혁은 안보 공백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한 치의 변화도 없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여 고도화를 추진하는 등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적화야욕을 불태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안일한 미래 안보환경을 가정해 국방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군 구조를 개편하고 병력을 감축하고 전시작전권을 조속히 환수하려고 하고 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채 현실과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도, 철저한 사전준비도, 국민적 합의도 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국익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려가 된다.
‘전시작전권 환수문제’와 관련해서는 적어도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된 후에 언급해도 늦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전시작전권’ 환수문제를 언급하면서 발언한 ‘自主(자주)’는 對北(대북) 자주보다는 對美(대미) 자주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에 대해 많은 국민은 한미동맹관계를 보장받는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자주성이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 안보의 불확실성이 근원적으로 해소될 때까지 한미동맹은 공고하게 유지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12월 1일부로 ‘평시작전통제권’을 우리 정부가 돌려받은 이후에 ‘전시 작전통제권’에 대해서는 한·미 상호간에 관심사로 그간 여러 차례 협의가 있었다. 그 결과 우리 대한민국 국군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대응조건을 충분히 갖춰지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하여 한·미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가 된 상태에 있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 정권은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는 대한민국 국군은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놀리면서 환수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종북세력이나 좌익 세력들 역시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최대한 빨리 환수를 주장하고 있다.

그간 조기 전환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이를 반대하는 측이나 나름대로의 타당해 보이는 논리나 반박 논리들도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그렇지만 전시작전권의 전환은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
첫째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국군 지휘관들의 정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갖는 경우에는 그에 수반하는 의무가 미국에 따르지만, 전시작전권이 없다면 책임도 없거나 있다손 치더라도 책임의식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전시작전권을 전환하면 한·미 연합사령부의 한 축이 되는 우리 대한민국 국군에 대한 전시 작전 통제권이 소멸하게 되므로 한·미 연합사령부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시작전권을 미군 사령관이 행사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각종 한·미 연합 작전계획이 사라지게 될 것이며, 이 작전계획을 근거로 한·미군이 합동으로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대한민국 방어를 위한 각종 군사훈련도 함께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넷째는 주한 미군 철수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시작전권이 없다고 동맹관계에 있는 주한미군이 한반도 주둔 명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주한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자 하는 이유가 전작권을 미군 측에서 행사할 때보다는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다섯째는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대한민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는 점이다. 미군이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해양 경찰이 불법어로 중국 어선에 발포를 해도 중국이 군사적 대응이나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을 함부로 못하는 것이다.
여섯째는 국방을 위한 전략자산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 자주국방을 위한 국방비가 엄청 많이 들어가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는 점이다.

일곱째는 국방개혁 추진과정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와 주한미군 추가 감축 및 위상변화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군구조와 병력규모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변수인데도 이번에 발표된 국방개혁안에는 이 요소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아 허술함이 있기 때문이다.
‘전시작전권’ 환수는 단순히 넘겨받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 생존에 직결되는 死活(사활)의 문제인데 문재인 정부가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서두르는 것에 우려가 된다. 문재인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만반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이를 서두르고자 할 경우 뜻있는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적극 이를 저지해야 할 것이다. 전환 후에 일이 터져서 후회하는 것은 국가지도자가 택할 방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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