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속부달(欲速不達)은 빨리 하고자 하면 도달하지 못한다. 즉 너무 빨리 서두르면 오히려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한다. 는 뜻이다. <논어(論語)>의 자로편(子路篇)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사고를 갖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모른다. 빨리 빨리라는 조급한 우리문화에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아가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종종 보게 된다.

요즘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얼마 전 북한에 제의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동시 개최가 우선 그렇게 보인다. 당장 미국 정부의 반응이 여간 냉랭하지 않다. 숀 스파이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를 충족하기 위한 조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며 노골적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조건으로 명확한 비핵화 의지를 내걸었다. 그런데 한국이 덜컥 군사와 적십자 회담을 한꺼번에 제의했으니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비단 남북관계 뿐이 아니다. 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되는 중요 정책들 대부분도 너무 서두른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으로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들의 불만은 폭발직전이다. 그것 말고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 원전, 자사고 및 외고 폐지 등은 새로운 사회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어떤 일을 급(急)하게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을 알려주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을 기억하길 바란다.

한편 상주시에서는 축제에 시즌이 시작됐다. 시민들이 나와 즐기고 체험하며 스트레스를 풀게끔 하는 축제는 좋은 축제이다. 하지만 지역민들이 즐기지 않고 팔장만 낀 채 멀리서 보기만 하는 축제에는 외지인들도 올 리가 없다.
그러면 축제·관광 기획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부터 외지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이겠다는 조급증부터 버려야 한다.

표를 의식한 지자체장들은 성과에 목말라한다. 그들은 하루하루를 성과와의 싸움에서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만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책이나 축제를 추진하지 못하고 단기성과에 급급한 리더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슬로시티는 전통과 자연을 보전하고 느림의 미학이 살아있는 지역으로 상주시는 조급함이 없는 제대로 된 정책과 행정을 보여줘야 의미 있게 기억될 것이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을 생각하며 조금만 더 느긋하고 긴 숨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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