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이동 육선생’


요즘 젊은 세대의 신조어로 ‘단짠단짠’ 이라는 말이 있다.

단 것을 먹으면 짠 음식이 먹고 싶다는 뜻으로, 단 것과 짠 음식을 같이 먹으면 뱃속에 음식이 무한대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냉면과 돼지갈비, 이게 바로 ‘단짠단짠’의 가장 훌륭한 조합이 아닐까 싶다.

포항 ‘이동 육선생’에서 돼지갈비와 냉면을 주문하자 밑반찬이 나오기 시작한다.

국내산 3종 나물, 흰 목이버섯, 샐러드, 각종 장아찌 류. 고깃집 밑반찬 하면 그저 그럴 것이다는 예상을 깨고 정갈하게 나온다.

흰 목이버섯을 기름장에 콕 찍어 먹으면 쫄깃한 식감과 부드러운 맛으로 식욕을 돋군다.

뒤이어 양념에 잘 절여진 돼지갈비가 나온다. 매일 만든다는 비법 양념에 잘 배어진 갈비를 보고 있노라면 식욕을 겉잡을 수 없다.

참숯으로 달궈놓은 뜨거운 불판위에 국내산 1등급 돼지 갈비를 척 올려놓으면 이 순간만큼은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지 않다. 왜냐? 오로지 돼지 갈비에만 집중해야 되니까.

돼지고기와 같이 지방 함량이 많아 기름이 많이 흐르는 육류는 화력이 강력한 참숯불에 올려 구워야 맛이 진하고 풍미가 깊다.

양념한 고기는 양념이 쉽게 타버려서 굽기가 쉽지 않은데 조금 한가한 시간에 가면 직원이 ‘이것이 돼지갈비 굽기의 정석’ 이라고 할 만큼 딱 알맞게 구워준다.

흠 잡을 것 없이 잘 구워진 양념 돼지갈비를 한입 먹어보니 느끼하거나 달큰한 요즘 돼지갈비와는 차별화된 깔끔한 맛이 풍긴다.

양념에 설탕이나 카라멜을 사용해서 인지 달큰하고 끈적거리는 다른 식당의 돼지갈비와는 달리 적당한 감칠맛과 적당한 단맛이 혀를 희롱하고 식도로 넘어가 버린다.

평소에 고기 좀 씹어 본 사람이라면 이동 육선생의 돼지갈비를 한 점만 먹어보면 왜 이 식당이 유명세를 타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내공을 가지고 있다.

‘단짠단짠’에서 ‘단 맛’을 맛봤으니 이제 ‘짠 맛’을 맛 볼 차례다.

짠 맛이라고 해서 정말 소금처럼 짠 것이 아니라 양념이 돼 있어 식욕을 돋군다는 말이니 오해는 금물이다.

이미 포항에 사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냉면 전문점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 냉면만 먹으러 간다는 사실을.

사람이 가장 우유부단하다고 느낄 때가 바로 냉면을 먹을 때가 아닐까 싶다. 물냉면을 먹으려 치면 비빔이 먹고 싶고, 비빔을 먹으려고 하면 물냉면이 먹고 싶고.

하지만 이동 육선생에서는 그런 걱정을 싹 날릴 수 있다. 바로 물비빔 냉면이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맛 냉면보다 천원이 비싸지만, 천원을 더 내면 비빔의 맛과 물냉면의 맛을 함께 볼 수 있으니 사장님에게 고마워 안 할 수가 없다.

비빔냉면이 나오면,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벼 입 속으로 넣어 본다. 직접 면을 만들고 뽑아서 인지 기계냉면과는 식감이 다르다.

이제 냉면 위에 먹던 돼지 갈비를 올려 함께 먹으니 ‘단짠단짠’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구나를 느낀다.

냉면 전문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맛있는 냉면 위에 최상급의 돼지갈비를 얹으니 이건 도저히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현재 포항 시내에서 돼지갈비와 냉면의 ‘단짠단짠’ 조합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고 호언장담을 할 수 있다. 아직 이동 육선생을 안 가본 사람이라면, 없던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가 봐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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