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모든 계열사서 ‘실권’ 소멸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95, 사진) 총괄회장이 롯데 계열사 중 등기임원 직위를 유지하던 롯데알미늄 이사에서 9일 물러났다.

신 명예회장이 1966년 롯데알미늄의 전신인 동방알루미공업을 세운 지 51년 만이다.

이로써 한·일 롯데 전체 계열사 중 신 명예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곳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9일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알미늄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기타비상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신 격호 총괄회장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95세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1∼2년 전부터 임기가 만료된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수순을 밟아왔다”며 “앞으로 그룹의 명예회장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식적인 지위에 있지 않더라도 신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인 '기업보국'을 계승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인 사단법인 ‘선’과 협의해 창업주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정후견인인 사단법인 ‘선’은 신 총괄회장이 경영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무를 보는 대가로 급여를 반복적으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등기임원과 같은 상법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롯데쇼핑과 롯데건설, 5월에는 롯데자이언츠 등기이사직도 내려놓는 등 자연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아왔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롯데그룹의 모태이자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2선으로 퇴임했다.

이날 퇴임으로 신 총괄회장은 1948년 (주)롯데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그룹을 창립한 지 약 70년 만에 롯데그룹의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재벌그룹 중 거의 유일하게 창업주가 경영을 이끌어 온 롯데가 신 총괄회장이 모든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바야흐로 2세 경영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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