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중 동부본부장

“우리가 언제 달라고 했습니까? 자신들이 마음대로 가져다 놓고 잘했니 못했니 떠들고만 있습니다. 지방은 중앙정부의 세입자가 아닙니다”

한울원전이 들어선 울진군 북면.이곳에는 도로 주변에는 각종 현수막이 게첨되어 있다. 대부분 신한울원전 3.4호기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원전 밀집지역으로 피해를 항변해 온 울진에서 나온 내용치고는 의아하게 보인다. 최근 울진지역에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으로 부동산 등 지역경제 침체 여파가 현실로 점차 닥치고 있는 상황에 마주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마주한 울진은 현재 물밑에서 조용히 들끓고 있다. 자신들의 의사와는 달리 매번 중앙정부의 논리에 휘둘려 온 지역의 이유있는 항변이다.

지난 정부의 에너지 수급정책에 따라 결정된 신한울원전 3.4호기 신규 건설사업은 당초 3호기의 경우 2022년 12월, 4호기는 2023년 12월에 준공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지난 5월 중순 신한울원전 3.4호기의 설계용역 업무를 잠정 보류 했다. 2014년 11월 한전기술(주)이 수주를 받아 2년여 간 진행된 사업이다.

신규 원전 건설이 불투명해지자 가장 불안해하는 곳은 지역의 부동산 업계이다. 요즘 신한울원전 3.4호기 예정부지였던 북면 고목리는 직격탄을 맞았다. 올 초까지 고목리는 부동산 실거래 가격이 5배 이상 이르며 특수를 노린 사람들이 옹기종기 몰렸다.

이들 대부분들은 투기꾼들이 보상을 노린 형식으로 지은 소형 주택들로 신규원전 건설이 좌초되면 쪽박을 찰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다. 투기성 주택은 북면 고목리 일대에서 대부분 일반 원룸 크기도 안되는 5.4평 짜리 조립 주택이거나 터를 공동으로 사들여 쪼갠 뒤 여러 채로 지은 것들이 상당하다.

일명 '빠르게 보상'으로 불리던 일부 지방유지도 자녀 명의나 친인척을 동원하고, 공무원, 경찰공무원, 한울원전 직원, 각급 기관단체에 근무하는 직원, 퇴직한 농협 과장 등은 지상 건축물 보상을 노리고 창고를 짓고, 심지에 농경지에 과실수를 심기도 했다. 이들 투기세력에 달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신한울원전 1.2호기 건설에 포함된 북면 덕천리 주민들에게 이주지원 명목으로 155억7천만원, 집단이주 지원금 생계대책사업으로 35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읍내리에 사는 윤모(68세) 씨는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물 건너가자 시세 보다 3배 이상 올랐던 임야와 논밭가격이 폭락하고 있으며 거래는 전혀 없다”며 “투기 목적으로 산 주민들은 자칫 하면 쪽박을 찰 수 있다”고 했다.

북면 고목리 일대에는 종전에 85명이 살던 조용한 시골마을이 5년 사이에 409명으로 무려 4.8배가 급속도로 불어나 저녁만 되면 잠자러 들어오는 이상 현실(?)이었던 곳. 아직 직접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발표된 이후 이곳의 부동산 거래는 중단됐으나 간혹 소형주택을 팔려는 주민들의 모여 원만한 상의를 하며 살길을 찾는다고 아우성이다.

이러한 이유는 이미 투자를 마친 사람들은 행여 다시 건설사업이 시행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로, 신규 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모두 거래를 꺼리고 있다. 고목2리의 주민은 “당초 투자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많아 실제 거주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며“요즘에는 간혹 들르는 사람들의 발길도 뚝 끊겨 말 그대로 유령마을 되었다”고 말했다.

물론 투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는 탓에 이속의 피해를 크게 부각시키는 여론은 미미하다. 하지만 무려 8조원이나 투입되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 결정이 지역경기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원전 건설 금액이 모두 지역에 투자되지 않는다고 해도 원전 가동으로 인해 창출되는 지역의 수익은 만만치 않다.지난해 한울원전은 지역자원시설세 등 672억 원의 지방세를 울진군에 납부했다. 울진근의 연간 세수의 68% 가량을 차지하는 규모이다. 아울러 신한울원전 1.2호기 건설에 따른 특별발전기금 등 2천억원이 남는 돈이 울진지역에 투자되기로 약속됐다.

이 때문에 현재 탈원전 정책 수순을 바라보는 울진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수십 년간 원전의 위험과 피해를 감내하면서도 이들로 인해 지역경제를 꾸려왔던 주민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