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팀장 · 영화 '귀향'

“언니야, 이제 고마 우리 집에 가자.”

수많은 소녀들이 끌려갔고, 238명 만 돌아왔다. 극영화 ‘귀향’은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었다.

조정래 감독은 지난 2002년, 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을 찾는다.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심리치료를 통해서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은 일본군의 잔인함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강 할머니는 열여섯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다. 소각 명령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조 감독은 이를 계기로 ‘귀향’ 시나리오를 완성시킨다. 실화를 바탕으로 1943년,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이국땅에 놓이게 된 열네 살 '정민'(강하나)과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후원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도입한다. 뉴스 펀딩과 유캔 펀딩, ARS 문자 후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제작비 조달로 영화 제작에 착수한다. 총 7만5천여 명이 후원했다. 순 제작비 중 50%가 넘는 금액 12억여 원의 제작비가 모였다. 후원자 명단은 엔딩 크레딧으로 10여 분에 걸쳐 오르며 영화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국내외 후원자들의 이름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삽입돼 의미를 더한다.

1991년 8월14일, 위안부 피해자인 故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했다. 2012년 12월 10일 대만에서 개최한 '제11차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8월 14일을 세계일본군위안부기림일로 선정했다. 김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 이후 위안부 생존자들의 피해 증언이 이어졌다. 위안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가 됐다.

경기도 수원시는 14일 오전 11시 권선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제5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를 연다. 이날 행사는 묵념으로 시작돼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인권 회복을 위해 활동하는 황의숙 수원평화나비 상임대표의 인사말, 기림일 선언문 낭독,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수원 거주) 할머니의 증언 등으로 진행된다.

한국과 일본은 최근 마닐라에서 열린 외교장관회담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최근 강 장관의 직속 조직으로 설치된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TF)’에 대해 논의했다. 고노 외무상은 한일 위안부 합의 지켜져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전했다.

독일이 아우슈비츠의 유태인 집단학살에 사과하는 이유는 피해자인 유태인이 강경한 태도로 끊임없이 비판을 하기 때문이다.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는 “유태인들은 과거사에 대해 계속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등 계속 그 비극을 되살린다. 독일은 늘 사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한국에는 일제강점기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몇 편이나 있는지, 노래와 연극은 몇 개가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미래는 과거를 덮어두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거울삼아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는 것이다. 돈 몇 푼으로 과거를 청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일 것이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 37명, 더 이상 시간이 없다.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위안부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다. 문화의 힘은 강하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는다. 과거를 올바로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유태인이 그러하듯, 아프고 슬픈 역사일수록 전면에 내세워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