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얼마 전 ‘포항국제불빛축제’의 일환으로 포스코국제관에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여기서 전 통일부장관의 기조연설, 포항시장, 러시아 연해주 하산군수 등 정치인들의 각 지자체의 발전비전 및 환동해권협력에 대한 제안 그리고 중국·러시아·일본·한국 학자 및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새 정부가 환동해권 네트워킹에 긍정적인 시각과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포항시민들은 정부가 좀 더 명확한 방향제시와 함께 구체적인 전략들을 추진하며 지자체들의 노력을 적극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 심포지엄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것처럼 환동해권 내지 동북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때에 한·중·일만이 아니라 몽골과 북한이 참여한 호혜적인 사업들이 구상되기를 바란다. 포항시장이 제안하는 것처럼 초기에는 각 나라의 대학 및 지자체 교류가 중요하며, 차차 기업들의 교류 및 협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환동해권 발전에 왜 ‘포항’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이냐? 그렇다면 ‘부산’은 무엇이냐? 이에 대한 대답으로 중국인 발표자는 ‘한국으로서는 포항을 포함한 항만클러스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영일만항이 동남해안 최대항만인 부산항과 클러스터를 이루어 보완적으로 발전을 도모함이 필요하다고 보며, 이를 통해 한국 항만들의 역할이 함께 커지는 것이다. 필자가 첨언하고 싶은 말은 ‘포항도 이를 잘 알고 있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국가에서도 포항의 환동해권에서의 차별화된 저력을 좀 더 인식해 달라’는 것이다.

지자체들이 각자의 비전 하에 발전을 추구함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포항은 환동해권 진출을 위한 영일만항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한국, 아니 환동해권 어느 도시와도 차별화된 기능과 인적자원을 지니고 있다. 포항은 포스코를 중심으로한 철강산업, IT·바이오·소재 등에 걸친 우수한 R&D를 지닌 포스텍, 국제적 네트워크를 지닌 한동대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 포텐셜들을 국가발전을 위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이 한국의 북방정책 진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주장하고 싶다.

포항시장도 강조했지만, 영일만항 크루즈 부두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다. 현재 계획 중인 11미터의 수심에는 7만톤급의 정박이 가능하다는데, 좀 더 깊이를 확보해서 10만톤 이상의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부두를 바탕으로 포항에 크루즈 노선을 유치하고, 포항이 환동해권에서의 관광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감당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환동해권 크루즈 관광네트워크가 가시화되면 각 나라의 많은 관광객들이 포항과 블라디보스톡을 비롯한 환동해권 각 기항지들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항만물류학회장이 ‘열차페리’에 대해서 제안하는데, 포항으로서는 적극 찬성하며 추진될 수 있으면 좋겠다. 열차를 직접 페리로 운반하여 연결하는 열차페리는 북방항만-영일만항-육상철도-평택항-중국항만 노선이 제안되었는데, 전문가들의 염려대로 물동량 확보가 관건일 것이나, 러시아, 중국, 몽골, 그리고 한국 사이에 자원과 공산품의 수출입이 좀 더 활발히 진행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 남북철도가 연결되기를 염원하고 있는데, 그 전에라도 자루비노나 블라디보스톡으로의 열차페리 연결이 중요하다고 본다.

필자가 토론자로서 시간제약 때문에 제대로 말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첫째, 포항에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뿐만 아니라 포스코항과 동빈내항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3개 항만의 기능과 가능성을 설명하고 싶었다. 둘째, 포항이 러시아인 등 외국인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쉽게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임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요트정박장도 만들고 의료서비스를 특화한다면 좋을 것 같다.

셋째, 현재 몇몇 포항인들이 연해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좀 더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여 그곳에서 농업 및 농산물 가공산업을 발전시켜 한국, 특히 포항과의 네트워크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그곳은 비옥한 토지가 무궁무진한데, 인력과 자본이 부족하다. 우리 기업이 이곳에 진출하여 그곳 사람들, 직업 없이 힘들게 사는 소수민족일 수밖에 없는 ‘고려인’들을 고용하면 그곳의 지역발전도 크게 이루어질 것이고 우리 한국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지자체 및 기업들과 협력하여 좀 더 용이하게 피폐한 북한 농촌의 농업생산을 돕기 위해 합작진출을 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국제회의는 포항시에서 많은 재정과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예전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참여했고, 발표내용도 충실했다. 이들은 불빛축제를 감상하고 포항의 이모저모 속에 한국을 체험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그곳 개발기관 수장은 심포지엄이 끝난 후 필자에게 미팅을 신청하며 경제개발, 관광개발, 도시개발 등에 대해 상의하고 싶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미팅이므로 그곳 사정을 듣고 몇 가지 방향제시 정도로 그치기는 했으나, 그가 원하는 기술협력과 투자에 대한 부분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상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갑작스런 미팅도 이 심포지엄의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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