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향해 걷다’를 읽고

야마오 산세이의 산문집 「어제를 향해 걷다」를 읽다.

“우리는 내일을 향해 걸을 수 있는 것처럼 어제를 향해서 걸을 수 있다.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는 것은 이 시대의 큰 착각이자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흔히들 인간의 삶은 진보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현대인들이 믿고 있는 문명이라는 환상은 오직 직선으로만 곧장 나아갈 뿐 멈춤이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자연으로 회귀할 뿐이다. 시간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어제를 향해 걷다」는 야마오 산세이의 섬 생활 25년의 생활기록으로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현대 문명인들에게 반성과 통절한 성찰이라는 웅숭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야마오 산세이가 쓴 책「어제를 향해 걷다」에서 제목이 주는 역설의 의미와 자연의 순리에 따라 실천하는 삶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노르베리 호지가 쓴 책「오래된 미래」에서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두고 오래되었다고 하는 말이나 지나간「어제를 향해 걷는다」는 말은 그동안 인간이 이루어 놓은 현대문명에 대한 대항이자 경종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인간 중심적 믿음을 단숨에 깨뜨리는, 산세이의 자연과 하나 되는 생활에서 진정 인간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연으로의 회귀,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함께 공존할 때 진정한 행복이 있다. 야마오 산세이의 범신론적 사고와 그에 따른 철저한 실천은, 죽어가는 생명과 환경을 살리고 진정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야마오 산세이는 남들에게 자신의 잘남을 인정받기 위해 명문대학교 졸업장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비겁한 사람이나 하는 일이라며 와세다 대학 3학년 때 학업을 포기하고, 1960년대 후반부터 생명과 환경을 살리기 위한 대안문화공동체 운동을 시작했다.

땅에서 태어나, 땅에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다만 땅과 하나가 되어 살다가, 땅으로 돌아가는 삶을 평생 실천했던 그는 서른아홉 살에 도쿄를 떠나 남쪽의 작은 섬인 야쿠시마의 폐촌으로 이주해서 살았다. 7300년 수령의 조몬 삼나무가 있는 야쿠시마는 그가 죽을 때까지 사랑한 마을이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 속에서, 시간의 속도에서 벗어나 평생 동안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며 어제를 향한 느림의 삶을 살았다.

모든 것을 스스로 자급자족하면서, 야생 동물과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삶을 추구했다. 자식 아홉 명을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섬에서 살도록 한 것도 야쿠시마의 자연과 정신이 자식들의 뼛속까지 깊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 서두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에 몰두해야 행복하게 그 일을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명상과 수행을 통해 수행자와 같은 삶을 산 그는 가장 순수한 영혼의 시인이자 실천주의 철학자였다.

그가 쓴 다른 책「여기에 사는 즐거움」「더 바랄 게 없는 삶」「좁은 길」「나를 향한 여행」「물이 흐르고 있다」「비파 잎 밀짚모자 아래서」 등 에서도 스스로 세운 삶의 원칙들이 잘 나타나 있다. 자연을 공경하며 그것과 하나가 되기를 힘썼던 그의 뛰어난 삶과 문화는 문명인이라고 자처하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전형적인 삶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산일 것이다.

산세이에게 하늘과 땅, 나무와 풀, 물과 바람, 비와 햇빛 등 모든 자연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존재이자 친구, 가족, 스승이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모든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폐촌, 야마쿠시섬으로 이주해서 손수 오두막을 만들고,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있는 마을 공동체를 일궈낸 그의 삶은 모든 이들을 숙연하게 한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예순셋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자연을 신앙처럼 따르며 의지하고 살았다. 나는 책을 덮으면서 산세이의 삶은 비와 같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짧은 인생의 기록은 사막처럼 메마른 박토에 꽃을 피웠고, 삶의 방향과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대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단한 일상에 평화의 안식을 적셔주었기 때문이다. 허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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