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보름 안에 재심 결정…징계 얼마나 완화될 지 관심

▲ 포항의 김승대(맨 왼쪽)가 전남과의 경기에서 전반 김영욱을 가격했다는 이유로 퇴장 당하고 있다. /연합
포항스틸러스가 비디오판독(VAR) 시행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가 5경기 추가 출장정지 중징계를 받은 김승대(26)에 대한 재심을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요청했다.

한국프로연맹은 17일 "포항이 김승대에 대한 재심을 요청해왔다"면서 "재심 요청에 따라 보름 안에 이사회를 열어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승대가 단지 VAR에 대한 인지 부족 때문에 우발적으로 발언한 것으로 판명되면 연맹 이사회에서 징계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VAR은 축구 선진국인 잉글랜드, 독일 등에서는 시행되지 않고 있고, 올해 K리그에 전격 도입하면서 운영자, 심판, 구단, 선수 등 모두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승대는 지난 6일 전남드래곤즈와의 K리그클래식 25라운드 홈 경기 전반 13분 전남 미드필더 김영욱의 무릎을 발로 가격하는 위험한 플레이로 VAR 판독을 거쳐 레드카드를 받았다.

퇴장이 다소 억울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김승대의 축구화 스터드에 찍힌 김영욱의 무릎이 시퍼렇게 멍들고 터진 상처가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포항 관계자는 “경고 정도로 생각했는데 심판의 퇴장 판정이 나와 아쉬워도 어쩔 수 없지 않으냐”면서도 “하지만 상벌위원회가 5경기 출장정지를 추가로 매긴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프로연맹은 김승대를 상벌위원회(위원장 조남돈)에 넘겨 퇴장에 따른 2경기 출장정지 외에 추가로 5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500만원 징계를 내렸다.

상벌위원회는 김승대가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며 흥분한 상태에서 "VAR 이런 거 왜 해?"라고 항의하고 욕설까지 했다는 점을 들어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승대보다 더한 과격한 플레이를 한 선수들이 추가징계를 받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김승대가 VAR 제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이고 도전적인 태도를 보여 ‘시범 케이스’로 중징계를 받았다는 시각이 많다.

포항으로선 연맹 이사회에서 징계 경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김승대가 FC서울과의 32라운드 원정경기까지 총 7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큰 악재를 만났다.

포항은 10승4무12패(승점 34)로 7위를 달려 6위 강원FC(승점 37)와 상위 스플릿 진입을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하는 입장이다.

19라운드부터 5경기 연속무승(1무4패)의 극도의 부진에 빠져 7위로 미끄러진 포항은 최근 3경기에서 1승2무의 상승세를 타며 힘을 내고 있다.

더구나 강원이 성적부진으로 최윤겸 감독이 경질되는 어수선한 상황이기에 포항이 따라잡을 수 있는 유리한 국면이다.

지난해 하위 스플릿에서 강등 위기에 몰렸던 포항은 최순호 감독이 본격적인 지휘봉을 잡은 올 시즌 초반 상위권을 달려 상위 스플릿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무엇보다 전통 명문구단 포항이 2년 연속 하위 스플릿에서 맴도는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다. 최순호 감독 역시 상위 스플릿에 올라야 자신의 축구를 펼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수 있기에 상위 스플릿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승대의 7경기 출장정지 중징계는 홀로 분전하고 있는 ‘골잡이’ 양동현(15골)과 짝을 이룰 공격자원의 손실로 직결되기에 최순호 감독의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최순호 감독은 "김승대가 중국 옌볜FC에서 뛰다가 지난달 팀에 복귀하면서 VAR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면서 “나도 감독으로서 선수에게 정확하게 주지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징계 완화를 위한 재심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프로연맹 이사회는 권오갑 총재, 허정무 부총재, 한웅수 사무총장과 구단 대표, 대한축구협회 안기헌 전무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재심 요청에 대해 기각 또는 경감 결정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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