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을 읽고

몇 년 전에 시립예술단에서 공연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맥베드> <리어왕> <오델로> <햄릿> 연극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공연하지 않았던 작품이 햄릿이었다. 학창시절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고대문학의 대부분은 비극의 힘이 개인의 운명에 의해 발생하는데 비해 셰익스피어에 의해 탄생하는 문학은 주인공 자신의 성격에 의해 파멸을 스스로 초래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줄거리와 패턴을 달리한다. 예를 들면 <햄릿>의 왕자 햄릿은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비극이 심화되고 확장되고 있으며, <오셀로>에 등장하는 오셀로 장군은 질투심 때문에 모든 행복과 희망이 깨어지고 만다. <맥베스>는 왕실의 근신이며 장군인 맥베스의 권력욕이 낳은 파멸이며, <리어왕>은 왕의 허영심이 초래한 참극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그의 많은 명작 가운데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5막의 시극이다. 형식적으로는 희곡이므로 복잡한 인간사가 얘기로 꾸며져 있으며, 내용상으로는 시이기 때문에 대화 한 마디가 모두 기지, 해학, 오묘함이 무르녹아 있는 시행(詩行)이라 할 만하다.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이다. 부왕은 권좌를 탐한 아우 크로디아스가 귀에 독약을 넣음으로써 죽음을 당했는데, 제1막에서는 부왕의 망령이 나타나 복수해 달라고 말한다. 크로디아스는 왕을 살해한 후 형수, 즉 햄릿의 생모인 왕비를 아내로 맞으며 즉위했다.

햄릿은 부왕의 뜻에 따라 복수를 맹세하지만 선천적으로 내성적인 품성과 이지적인 사고로 인해 행동이 뒤따르지 못해 고민한다. 거기다가 자신의 생명도 위협받고 있었으므로 친구 호레이쇼와 애인 오필리아에게도 감춘 채 미친 것처럼 위장한다. 오필리아의 아버지는 현재의 왕의 시종장이기에 햄릿의 고민은 훨씬 복잡해진다.

제2막과 제3막은 궁중에서 햄릿의 광기에 대한 진위 여부를 탐색하는 일과, 햄릿 쪽에서 부왕의 암살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이 병행하여 전개된다. 궁중극 상연을 계기로 크로디아스의 짓임이 드러나고 햄릿이 복수의 칼을 휘두른 게 엉뚱하게도 시종장이 화를 당한다. 왕은 햄릿을 영국으로 보내 거기서 죽이도록 계교를 꾸민다.

제4막에서 햄릿의 영국행이 힘들게 다시 귀국하게 됨으로써 해소되고, 한편으로 오필리아는 햄릿으로부터 버림받음과 아버지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미쳐서 냇물에 빠져 죽는다.

제5막에서 햄릿을 죽이려고 왕은 레아티즈와 검술시합을 벌이게 한다. 친구 호레이쇼도 만류하고 그 자신도 미심쩍어하지만 결국 응하고 만다. 왕은 만전을 기하기 위해 레티아즈의 검에 독을 묻혔고, 휴식 중에 햄릿에게 권한 축배에도 독을 타 놓았다.

시합 중에 햄릿은 독 묻은 검에 상처를 입게 되고, 잠시 쉬는 와중에 바뀌어 진 칼에 의해 상대방이 피를 흘리게 된다. 동시에 축배로 준비해둔 술잔을 왕비가 마셔 즉사함으로 모든 사실을 간파한 햄릿이 단상으로 뛰어올라가 왕을 찌른다. 네 사람 모두 죽음을 당하는 비극을 맞는다. 죽기 직전 햄릿은 친구 호레이쇼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왕위 계승자로 포틴브래스를 지명한 후 절명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와 같은 햄릿의 독백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우유부단한 성격은 외부에서 주어진 물리적 정황보다 정신적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갈등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16세기를 대표하는 천재 작가 셰익스피어는 이야기가 주는 재미 외에도 인간의 가치를 내적인 데서 찾으려 했다. <햄릿>은 비극과 연민을 통해서 독자를 흥분시키기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든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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