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 번영의 영광이 다시 재현될 그날을 기대하며
그렇지만, 지금의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그동안 유적보존중심의 관리정책과 재원부족 등의 이유로 문화유산의 발굴, 복원 및 정비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결과, 천년고도의 역사를 주도한 왕궁의 흔적마저 찾기 힘든, 역사도시로서의 상징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경주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뜸해졌고, 옛 추억과 영화만이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16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수학여행단의 방문마저 급격히 감소하며 지역 관광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까지 받고 있다.
세계 주요 역사도시들은 오래전부터 자국의 역사유적 복원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문화적 위상을 드높였을 뿐 아니라 세계적 관광지로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 사례들을 마냥 부러워할 때가 아니다. 그간 부실한 계획과 재정 조달 실패 등으로 신라 왕궁 복원에 대한 아픈 경험이 있지만, 다시 확실한 실천의지를 갖고 사업 추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신라왕경 복원은 비단 특정지역의 이익이 아닌, 국가 전체의 국익을 위한 시대요구이자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회 역대 최대 규모인 국회의원 181명의 참여 속에 지난 5월 29일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ㆍ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2025년까지 총 9,45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약 3조원의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1만여 명에 이르는 직ㆍ간접적 고용창출의 효과까지 기대되는, 경주의 재도약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될 것이다. 또한, 경제와 고용의 효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신라왕경 복원을 통한 민족문화 원형의 회복과 대한민국 국격 제고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오랜 시간 경주는 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으며 경주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다. 이제는 화려했던 경주의 명성을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 미래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주를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모두의 결집된 성원과 지지로, 경주만이 가진 세계적 가치를 되살릴 신라왕경의 재건을 발판삼아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인구 100만 명, 집이 약 18만호에 이르렀던 8세기 통일신라 최대 번영기의 자부심이 현대에 다시 재현될 그 날을 기대해본다.
서울/이종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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