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여행자’를 읽고

작년 늦여름 후덥지근한 날씨와 무리한 노동으로 몸도 마음도 지친 하루였다. 늦은 밤 귀가하여 저녁을 먹고, 아내와 아들과 잠시 축구시합 중계를 보았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지구에 사는 두발 달린 짐승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것이 축구라 했던가?

'말리'라는 나라는 내가 처음 들어본 아프리카의 한 국가다. 나중에 지도를 보고 위치를 확인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우리나라 선수가 먼저 한 골을 넣자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들어왔다. 낮 시간에 읽다가 조금 남겨둔 한스 그루파의 짧은 소설 「마음의 여행자」를 마저 읽기 위해서였다.

독일에서 태어나 현재 브레멘에 살면서 집필에 몰두하고 있는 저자는 헤르만 헤세 이후 최고의 독일 작가로 평가 받으며 현재 독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작가라고 한다.

그의 대표적인 단편을 11편을 뽑아놓은 「마음의 여행자」는, 인간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여러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각 단편들의 주인공은 모두 멘토를 만난다. 그러고 나서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참된 삶을 찾게 된다. 다양한 종교적 색채가 짙게 느껴지는 구도자의 길을 보여주기도 하는 일련의 작품들. <천사의 생애>에서는 작품 속 주인공의 죽음까지도 행복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한스 그루파의 단편을 읽으면서 현실에서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일들에서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내면의 울림을 주는 깊이 있는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늘 우리 곁에 있어서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공기 같은 순수한 언어들. 꿈의 실현, 헌신하는 삶, 진실한 사랑, 맑고 순수한 영혼, 기적을 믿음과 치유, 자유와 평화, 현재에 충실한 삶. 이런 언어들이 내포하는 의미를 작가는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리라고 추측해 본다. 워낙 흔하다 보니 진부하게만 느껴지는 소중한 낱말들, 이런 가치들은 우리의 삶에 진정 소중한 가치들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런 가치들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언어로만 남아 귓가에 맴돌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하게 흘러가는 구름처럼, 주어진 운명에 순종하면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에게 한스 그루파의 글들은 자신과 새롭게 만나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사색의 깊이가 묻어나는 잠언 같은 글귀들은 머릿속에 넣어두기 보다는 실천함으로써 삶의 윤택함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힘든 상태를 지연시키지 않고 나가면 성공의 문은 열린다."

"현재의 충만함에 진정한 삶이 있다. 세상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운명은 어떤 사람도 거스르거나 바꿀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운명'이라는 이름과 대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름 '사랑'. 이 사랑이 부재한 시대에, 자신의 사랑을 되찾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을 열고, 직접 부딪히며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의 삶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참이나 했다.

「마음의 여행자」는 실존의 의미를 생각하고 존재의 이유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읽으면 가슴이 따듯해지는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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