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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잠로에서] 또 정치는 죽었다이창형 부사장
   
일본 히로시마 주재 한국 공관에서 근무하는 한 지인 외교관이 북한 핵미사일 도발 이후 현지 분위기를 전하는 일본언론 보도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국·괌 수학여행 취소, 피난훈련, 북핵규탄 데모’ 등등.
주고쿠지역 5개현을 중심으로 발매되는 신문의 사회면 머릿기사들이다.
지금이 일본고교 수학여행 시즌인데 한국과 괌으로 수학여행을 가기로 했던 8개교가 모두 취소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는 현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국수학여행 설명회도 가지면서 한국 여행을 적극 추천하기도 했단다.
이국 땅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는 북핵 시위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그의 걱정은 “사드여파로 중국인 관광객도 줄었고, 방일 한국인은 올해 700만을 넘을 것 같다는데, 거꾸로 방한객은 이래저래 줄게 생겼네요”라는 것이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지난 7일 아침 경북 성주에 4기의 사드 발사대 임시 배치를 완료하자 중국의 관영매체인 신화통신과 중앙(CC)TV 등 현지 언론들은 이를 속보로 전하면서 강력 비난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평(社評)을 통해 “사드가 북핵과 같이 지역 안정을 해치는 ‘악성종양’이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고 언론으로선 수준 이하의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을 퍼부었으며, “사드가 중·러 양국의 전략적 타깃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중국내 이같은 분위기로 현지 한국 유통기업들도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중국 철수를 결정한 이마트는 현지 적자 누적이 주요 원인이지만 사드 사태 여파로 반한 감정이 격화하면서 사업 환경이 더욱 악화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지만, 적자가 쌓여 구조조정을 하면서 현재 6곳만 남은 상태다.
롯데마트는 대부분의 현지 매장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점포 112개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나머지 점포도 사실상 휴점 상태와 다름없다.

사드 사태 영향을 받는 것은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다.
전자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비롯해 식품 등 소비재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기업들은 사드 보복이 풀려 사업 여건이 나아지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 추가 배치로 보복 수위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당장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사드 추가 배치 이후 화장품, 면세점 등 이른바 중국 관련 소비주가 대거 하락세를 보였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스맥스, 에이블씨앤씨, 한국콜마홀딩스, 한국화장품, 코리아나 등 화장품주 주가는 거의 전 종목이 하락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영향이 큰 면세점이나 카지노, 호텔 업종의 종목도 대부분 떨어졌다.
일본에서는 북핵사태로, 중국에서는 사드 문제로 지금 한국은 사면초가 상태다.


국내외 상황이 엄중한 상황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한심스럽기까지 했다.

각종 SNS상에는 대구·경북의 일부 지역구 의원들이 ‘문재인 정권의 5천만 핵인질, 방송장악 저지 국민보고대회’란 구호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경쟁적으로 인증샷을 찍어 올리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당 지도부의 독려사항이라곤 하지만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이같은 인증샷을 올린 국회의원들에겐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위중함과 결연함을 찾을 수 없었다.

사드반대를 외치던 성주 주민들에게 지프차를 타고 기지안으로 향하며 주한미군 장성이 보낸 그 비웃움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런 여론을 의식했을까 한국당은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고 11일 국회로 복귀했지만 방송장악 저지를 위한 국정조사 요구와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1천만 서명운동 및 장외집회에 들어갔다.

원내 제1야당으로서 국회 복귀와 함께 장외투쟁을 병행하고 있는 것은 당내 결속력을 한층 강화하고 야성(野性)을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일 것이다. 그러나 야성은 국회내에서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장외집회를 통해 사회혼란을 부추켜서는 안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난 시점이지만 현 정부의 실정을 꼽으라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국당이 주창하고 있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을 전면 부정하지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여야를 막론하고 냉혹한 국제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 범국가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먹고 먹혔던 구한말의 상황과 다를 바 없는 엄중한 시기다. 제발 국내 정치라도 정상화 되길 바라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염원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곤궁한 삶을 버티고 있는 국민들에게 우리 정치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젠 실천적으로 답을 할 때다.

이창형 기자  chang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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