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형 부사장

문재인 정부에서 ‘대구는 버림받은 도시’일까?

지난 주말 대구를 1박2일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구 SOC(사회간접자본) 9개 사업 예산 2천124억원을 신청했는데 4분의 1인 652억원만 책정돼 저도 놀랐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달빛철도사업마저 신청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며 대구에서도 ‘SOC 홀대론’을 제기했다.
그는 직전 호남 방문에서는 ‘호남소외론’으로 민주당을 자극했다.

429조원대 규모의 문재인정부 첫 새해예산안의 골격이 SOC 예산 축소와 아동수당 신설을 비롯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 관련 복지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을 놓고 영호남 양쪽 모두의 민심을 부추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여년 보수정권 집권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국비를 확보했던 ‘부자TK 쪽박론’을 주창하고, 노무현정부 당시의 호남 홀대론을 다시 환기시켜 내년 지방선거에서 양쪽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한때 TK 정치권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도로망이 잘 갖춰진 곳이 호남이다. 그런데 뻥 뚫린 고속도로에는 달리는 차가 없다”는 말로 김대중 정부 당시 호남지역에 SOC가 대거 완비됐다며 지역감정을 조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의 ‘호남홀대론’은 결과적으로 영남권으로 파편이 튄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최근 호남방문에서 “영남에는 아무도 신청하지 않은 SOC 예산 3053억원을 귀신이 배정해놓고 있다”고 했다.
귀신이 배정한 엄청난 예산이 영남권에 있다면 안철수 대표는 왜 ‘버림받은 대구론’을 주창했을까?
민주당과의 경쟁근거지인 호남 선점 전략과 한국당 및 바른정당의 텃밭격인 TK민심을 교란하겠다는 양동작전의 의미로 해석된다.

당장 TK를 비롯한 영남권 예산안은 호남홀대론의 대칭점으로 지목돼 집중 포화를 맞을 상황이다.

국민의당 호남권 일부 국회의원은 최근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최근 5년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예산요구안과 기재부안에서 반영된 금액이 정리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예산국회에서 지역간 예산안 배정에 대한 부당성을 집중 부각하겠다는 의도다.

매년 10월부터 12월까지 국회에서는 예산전쟁(Budget War)이 벌어진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정한대로, 예산안(일반회계, 특별회계)과 기금운용계획안을 포함하는 ‘예산안’은 국회에서 충분한 심의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행정각부와 공공기관이 준비하고 기획재정부의 깐깐한 심사를 거친 ‘예산안’은 아쉽게도 최종적인 ‘예산’이 아니기에, 국회의 역할이 남아 있다.

국회의 역할이란 것이 부처의 예산안 편성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해야 할 것이지만 지금은 여야 정치권의 공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예산전쟁이 시작된 지금 대구시와 경북도는 부시장·부지사를 필두로 관계자들이 여의도에 진을 치고 상주하고 있다. 해당 지역구 의원은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각자 인적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반영된 예산 지키기 및 빼앗긴 예산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각 시·도로서는 더 많은 국비를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해당 지역민의 복리증진과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중요 수단이 국비예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결과물은 현 단체장의 능력과도 비례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결과물이 화려할 경우 이를 선거에 대거 포장해 활용할 것이며, 결과물이 초라한 단체장은 상대후보로부터 무능력자 공세를 받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자치단체별 국비확보 전쟁은 지역민들의 응원을 받기에 충분하다.

다만, 지역별 균형적으로 쓰여야 할 혈세가 특정 정치세력의 영달을 위해 특정 지역에 편중·오용된 과거는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국가예산으로 민심을 거래하려는 행태는 범죄행위다. 가진 자와 빼앗긴 자간의 전쟁, 아군과 적군의 깃발이 수시로 바뀌는 예산전쟁의 페어플레이가 필요하다. 그 틈바구니에서 전리품만을 노리는 ‘정치强盜’는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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