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주말인 지난 토요일, 정오가 지나 하던 일이 지루해져 초가을 기분이 나는 캠퍼스 숲길을 거닐다가 1km 정도 떨어진 해변으로 향했다.

먼저 닿은 곳이 영일만항이다. 영일만신항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3만톤급 컨테이너선이 4개 접안 할 수 있는 항만이다. 아직 2-3단계공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2020년이면 국제여객터미널이 완성되어 5만톤급의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게 되고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통해 포항을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부두와 연결된 북방파제가 있고 배를 터고 건너야 하는 외방파제가 있는데, 이 방파제들은 사시사철 전국에서 낚시꾼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 해변에는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 부속건물 뿐만 아니라 이색적인 형태의 어업기술센터 건물이 있고 넓은 주차장이 있으며 그 옆 북방파제 북측해변이 요즈음 많은 서퍼(Surfer)들이 모여드는 장소이다. 이날은 바람이 꽤 심하게 부는 주말이었는데, 많은 이들이 파도를 타고 있었다. 이곳은 모래가 좋고, 깊이가 완만하며, 무엇보다 파도가 서핑에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제 이곳은 전국에 알려진 서핑장이 되어 가고 있는데, 아직 몇 개의 서핑장비판매 및 대여업소, 커피숍 등이 있을 뿐이며 숙박 및 휴게소 등 서비스시설들이 아직 잘 갖추어져 있지 않다. 서핑객들은 6차선은 넘어 보이는 콘크리트 도로를 건너 해변으로 가는데 지나는 차량과 주차된 차량이 무질서하여 교통사고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 또한 여기 저기 뚫어놓기는 했지만 철제와 투명 플라스틱으로 조성된 방풍벽이 높게 세워져 있어 해변으로의 접근이 일부 차단되고 있음도 사실이며, 해변으로 밀려오는 쓰레기가 많음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아무쪼록 이곳이 잘 개발되고 잘 정리되어 좀 더 많은 이들이 찾는 낭만적인 서핑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이 지금은 ‘경북 포항 신항만해변’으로 알려져 있는데, 포항에 3개의 항만이 있고 이곳이 영일만항, 포스코 전용항인 포항신항, 그리고 동빈내항이 포항구항으로 행정적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재정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도 예전에 주장한바 있지만 포항신항을 포스코항으로 바꾸고, 영일만항을 포항신항으로 바꾸든 겸하여 불러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곳을 떠나 바닷가를 드라이브하면 바닷가 길이 막히며 대형 공장들이 들어서 있는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들이 나타난다. 여기서 약간 내륙으로 몇 킬로미터를 운전해가면 다시 칠포해변이 나온다.

이미 언급한 신항만 방파제에서부터 칠포해변에 이르기까지 일부지역이 산업단지로 지정되어 있더라도 해변에서 도로를 포함하여 70-80미터 정도는 바다를 조망하고 서핑과 해수욕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조성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규모에 맞는 상업 및 서비스시설과 조경공사가 이루어지면 이 지역이 산업단지와 바다와의 완충지역이 되고 전국적으로 알려진 서핑해변으로 변모되기 위한 바탕이 될 것이다.

칠포는 이미 잘 알려진 아름다운 해변이지만 여름 한 철 뿐이다. 이곳에서 부터 칠포2리, 칠포1리를 지나면 구불구불한 바닷가 길이 계속된다. 간간히 펜션이며 횟집들이 늘어서 있다. 길이 좁아 자전거 타거나 걷기는 좀 위험할 것 같은데, 전망이 매우 좋고, 일부 송림이 우거진 곳도 있다 그곳을 지나면 월포해변이다.

월포해변은 매우 넓고 긴 모래가 좋은 해변으로 바다가 완전히 코발트빛이다.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찾지만, 대개 캠핑족들이며, 주변은 아직 제대로된 숙박시설이며 식당이 적다. 포항시에서는 이곳의 관광단지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주 좋은 계획이라고 보아진다. 올해 말이면 포항역에서 동해선 철도가 이곳을 거쳐 지나게 되며, 지금은 7번 국도뿐이지만 2-3년 후면 동해안고속도로가 해변과 7번국도 사이를 지나게 되어 포항에서의 접근성은 물론이고 대구 등지에서 손쉽게 도착할 수 있는 것이 이곳이다.

지난 20년 동안 포항은 크게 변했다. 외곽순환도로가 개통되어 영일만항 및 장량동에서 도심과 지곡동을 거쳐 포항공항이 있는 동해면까지 쉽게 접근이 가능해졌다. 도심 속의 신도시인 이동과 장량동을 중심으로 대형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또한 KTX가 개통됨으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제 포항공항도 기존 항공사 뿐만 아니라 지역항공사인 ‘에어포항’이 설립 및 운항되어 포항-김포, 포항-제주노선 등이 좀 더 자주 연결될 것이며, 앞으로는 울릉공항과도 연결 될 것이다.

오늘 언급한 경북 포항신항 방파제의 서핑장소는 이러한 접근성 향상과 함께 더욱 인기를 끌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인근의 아름다운 해변과 낚시터에도 더욱 많은 이들이 모여들게 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명칭의 정리이고, 주변 해변시설들이 모여드는 서핑객 및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고 낭만적인 추억을 간직하도록 그 규모와 특색에 걸 맞는 해변개발을 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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