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예부터 설날과 단오와 함께 3대 명절로 꼽혔다. 햇과일과 햇곡식으로 상을 차려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성묘를 했다. 농사일로 바빴던 일가친척들이 모여 서로 만나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놀이를 다함께 즐겼다. 추석의 세시풍속에는 벌초(伐草)·성묘(省墓)·차례(茶禮)·소놀이·거북놀이·강강수월래·원놀이·가마싸움 ·씨름·반보기·올게심니·밭고랑기기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시집간 딸이 친정어머니와 중간에서 만나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회포를 푸는 중로상봉을 이때 했다고 한다. 지금도 매년 몇 백만 명 씩 고향을 찾는다.

이제 추석이 열흘 남짓 남았다. 추석은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명절 중에서 가장 풍성한 때다. 추석날 아침에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서 장맛비에 무너진 무덤 보수와 벌초를 한다. 조상에 바치는 제물은 햇곡으로 준비하여 선보이며 1년 농사의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가족과 친지들이 만나 친목을 도모하고, 고향의 이웃들과 어울려 정을 쌓기도 한다.

추석에 조상의 무덤에 가서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어 주는데 이를 벌초라 한다. 조상의 묘를 풍수지리설에 의한 명당을 쓰기 위해 먼 곳에까지 가서 쓰는 경우가 많았고, 또 이사를 가는 경우도 있기에 묘가 집 근처가 아니라 먼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추석을 맞이해서는 반드시 벌초를 하는 것이 효성의 표시와 도리로 여기고 있다.

한가위 때에 성묘를 와서 벌초를 안했으면 보기에도 흉할 뿐만 아 니라 불효의 자손을 두었거나 임자 없는 묘라 해서 남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추석연휴가 되면 고향을 찾기보다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치부되어 버렸다.

추석연휴는 당초 가족과 친지 등을 만나 덕담도 나누고 한 해 동안 수확의 기쁨을 함께하는 시간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젊은 층을 위주로 가족동반 해외여행을 가는 것에 대해 조상을 모시는 어른입장에서는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이번 추석도 연휴 기간에 해외여행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올 추석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10여 일간의 연휴가 이어져 있어 가족 간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날짜가 많아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려 하고 있다.

국내 경기가 나빠서 서민들이 고통스럽다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추석 물가 때문에 시름이 어느 해보다 깊은 시점에서 해외여행객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우리의 생활수준이 높아져서 여유를 즐긴다는 사실이 반갑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많은 젊은 층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더라도 추석의 진정한 의미는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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