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욱 건강증진의원장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전, 예쁘게 빚은 송편, 군침을 돌게 만드는 갈비 등 추석 연휴엔 맛있는 음식이 한 가득이다. 그래서 과식을 하다 명절에 배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배가 아프다고 해서 다 같은 복통은 아니다. ‘배가 아프다’는 말은 무척 광범위한 증세를 포괄한다. 복통은 한쪽에서만 느껴지기도 하며, 콕콕 찌르는 통증, 싸르르한 느낌, 쥐어짜는 듯한 고통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복강 내에는 간·위·소장·대장·췌장 등의 여러 소화기관과 비뇨기관, 생식기관까지 모두 복통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소한 복통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있다면 전문의와 문진 시 도움이 된다.

현대인에게 흔한 질병인 위염은 일반적으로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생각하지만, 병리 조직학적으로 위 점막에 염증 세포의 침윤이 있는 상태로 정의한다. 위에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며, 일반적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먹었을 경우, 과식하거나 급하게 먹는 경우, 불규칙한 식사습관에 의한 담즙 역류,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진통제나 소염제 등의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흡연·음주등도 위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소화불량, 위장 부근의 불편함·명치 통증·복부 팽만감·식욕부진·트림·구토·오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음주·흡연·진통 소염제를 남용하는 습관은 반드시 교정해야 하며 고혈압이나 당뇨병의 합병증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먹는 경우에 위염이 발생하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 복용하는 약물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위 또는 십이지장 점막이 깊이 패여 점막근육층까지 노출된 상태를 궤양이라 부른다. 궤양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헬리코박터균감염, 약제 소염진통제·아스피린 등의 항혈전제, 흡연, 스트레스, 악성종양이 있는데 증상은 궤양의 위치와 크기, 통증에 대한 개개인의 민감성, 합병증 유무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두 궤양 모두 식사가 곤란하고 잠에서 깰 정도의 통증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도 흔히 있어 증상만으로 궤양을 진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십이지장궤양은 특히 공복에 쓰린 듯한 명치불편감이나 통증이 발생하고 음식을 먹거나 제산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금방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위궤양은 십이지장궤양에 비해 통증이 덜하지만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오심·구토·조기포만감·체중감소 등이 보다 흔하다. 체중감소가 있는 사람에게 위궤양이 발견되면 악성 궤양인지를 반드시 감별 진단해야 한다. 위궤양으로 인해 출혈·토혈·흑색변·빈혈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만성적인 유문부(위-십이지장의 경계)궤양은 십이지장궤양처럼 장폐색이 나타나 구토나 체한 증상 등이 지속될 수 있다. 궤양 천공(장이 뚫림)이 생기면 급성복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식사나 가벼운 스트레스 후 복통, 복부 팽만감과 같은 불쾌한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며, 설사 혹은 변비 등의 배변장애 증상을 가져오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뚜렷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는 과민성대장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체 인구의 약 7~15% 정도가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복통과 배변 습관의 변화를 들 수 있는데 복통이 심하더라도 배변 후에는 호전되는 특징을 보인다. 점액질 변·복부팽만이나 잦은 트림·방귀·전신 피로·두통·불면, 어깨 결림 등의 증상도 나타나지만, 이러한 증상이 수개월 또는 수년간 계속되더라도 몸 상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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