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미 국정국악원장

오늘 저녁엔 뭘 먹지?
점심에 먹었던 음식을 그대로 먹으면 되는 것을 식(食)을 통한 생명 유지의 사령탑이었던 우리의 어머니들께서는 별것 아닌 한 끼 식사에 ‘골고루’ 관통 사상, 가족 사랑 철학, 그리고 특화된 자신의 손맛을 더하여 생명이 있는 밥상을 차렸듯이….

단순 기계적 반복을 탈피한 생산적 반복을 위해 우리 고장 포항 이야기 ‘연오랑 세오녀’를 씨줄로 하고 그 콘텐츠 위에 아날로그 추임새의 결정판인 가, 무, 악의 감성을 날줄로 ‘일월 위에 얹힌 포항의 흥(興), 망(望) 성(盛), 쇠!’를 직조했다. 공연진과 관객들에게 바쁜 일상에서 방전된 감성이 충전되는 계기는 물론 제철 도시에 예술을 접목시켜 미래 문화도시를 꿈꾸며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화 예술 마당을 펼칠 준비를 하려고 한다.

아울러 단순히 민요를 가르치는 선생이 아닌 끊임없는 연구로 조상들의 서사와 아날로그 추임새를 동시에 전수시켜 스스로 낮밤을 밝히도록 일월의 길라잡이, 즉 국정 식구들의 삶을 밝히는 스승이 되고저 열일곱 번째와는 다른 감성의 코드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반복의 마당에 버선발로 관객들을 모시고 18번째 일월 위에 얹힌 포항의 흥(興), 망(望) 성(盛), 쇠! 창작 국악소리극을 오는 20일 오후 7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펼칠 예정이다.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를 통해 바라본 포항의 ‘흥(興), 망(忘), 성(盛), 쇠’를 주제로 총 네 마당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들어가는 마당은 흥(興)으로 연오랑과 세오녀의 일월정신이 오늘날 포항부흥의 원류임을 알리는 잔치마당이다.

두 번째, 여는 마당은 망(忘 : 喪失, 잃어버림)으로 연오랑과 세오녀가 떠난 후 암흑기가 된 상실의 아픔 및 극복의 노력을 담은 상실마당 및 노력마당이다.

세 번째, 펼침 마당은 성(盛)으로 ‘연오랑 세오녀’의 대외진출의 아이콘을 통한 개척정신 잇기 및 기념마당이다.

마지막으로 닫지만 새롭게 여는 마당은 쇠의 부활로 해와 달의 부활처럼 현재 제철업이 사양 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제철 도시의 부활을 꿈꾸며 철과 예술의 접목으로 새로운 도시를 잉태하는 미래 문화마당으로 기획했다.

국악전문인과 일반시민 100여 명이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 포항에서는 보기 드문 삼고무 북 놀음과 7080노래에 장구난타치기, 포항의 서사를 담은 민요 등 시민들이 쉽게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국악 한마당으로 전석 무료이다.

사계를 함께 하는 우리 국정식구들에게 단순한 국악 기능의 되새김질적 반복 지도가 아니라 시대적 소명인 문화를 관통하는 예술 철학과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반복한 삶, 그 열여덟 번째 반복! ‘다름’의 서사를 많은 분들이 보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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