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경북대 교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때로는 자기 변명 또는 지혜로운 변명으로 많은 이익이나 위기를 모면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속담에‘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의미는 말의 중요성의 극치를 표현하는 경우라 볼 수 있다. 복잡다단한 현대 생활에서 말하는 매너가 삶을 대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과 수단으로 변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변명이란?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하는 것이라 본다.
부유한 귀족 자제인 바사니오는 씀씀이가 헤퍼 물려받은 상속 재산을 모두 탕진한 가난한 상태다. 바사니오는 벨몬트의 부자 상속녀인 포샤에게 청혼을 하기로 마음먹고 있는데, 그녀에게 청혼하러 가기 위한 여비가 없어 절친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리게 된다. 그때 안토니오 역시 수중에 돈이 없었지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에게 돈을 차용한다. 평소, 샤일록은 장사를 방해해와 눈엣가시로 여겼던 안토니오를 제거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 잔인한 조건의 계약을 제시한다. 만약 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할 경우는 안토니오의 가슴에서 가장 가까운 부근의 살 1파운드를 베어내겠다는 것이다. 안토니오는 샤일록의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고 차용증을 쓰게 된다.

얼마 후, 막대한 자산가의 딸 포샤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구름처럼 몰린 구혼자들을 상대로 금, 은, 납으로 된 상자들 중 한 곳에 자신의 초상화를 넣고 하나의 상자를 택하게 하여 결혼 상대를 고르는 방식으로 시험하고 있었다. 결국 바사니오는 이 시험을 통과하고 포샤의 결혼 승낙을 받아낸다. 그러나 무역물을 싣고 돌아온다던 안토니오의 배가 난파당했다는 악재로 안토니오는 일시에 알거지로 나락하게 되었다. 드디어 기간이 되어도 빚을 갚지 못해 목숨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하고 만다. 소식을 접한 바사니오도 황급히 돌아왔지만 그를 도울 방법이 없다. 그때 재판관으로 변장한 포샤가 법정에 출현하게 되고 그녀는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한다. 살은 베어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 고 선언한다. 샤일록은 포샤의 말을 이행할 수 없게 되자 재판에 패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재산 몰수 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는 줄거리이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상인”이다. 포샤와 바사니오의 낭만적 사랑 이야기, 그리고 안토니오와 샤일록의 인육저당 재판 이야기가 맞물려 전개되는 명작이다. 이글에서 변명에 따른 기지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역할이나 댓가를 대신 할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풍부한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기술력을 판매하는 길만이 우리들이 살아가야할 대안이다.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인 KF-X프로젝트는 수십조 원의 귀중한 국세가 소요되고 민족의 안녕과 복지국가의 틀을 구축하는 중차대한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서 본 사업을 지연시킨다면 관련된 특정 집단들은 국세를 자기 주머니 채우기 위한 교묘한 명분논리의 재판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는 변명을 합리화시키는 이기집단들의 적폐일 수 있기 때문에 이같이 본말이 전도되는 행위는 역사상 최초로 발본색원해야 하는 강력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만 우리 민족이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 자주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변명이 아닌 명분과 실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이 같은 변명을 묵인할 경우 원천 기술개발은 영원히 특정 국가의 전유물로 고착화 된다. 이렇게 역사적인 결단만이 우리가 독자적으로 원천기술력을 힘겹게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같은 개혁만이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유일한 방안이 된다.
향후 예산 집행기관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각종 과학, 방위 산업 장비, 의학 장비 등을 국산화 할 수 있게 국가 R&D 선정시 비전문가의 평가나 잿밥에만 관심 있는 사이비로 가장한 업체에 대해서는 영구히 퇴출시키는 강력한 노력도 수행되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을 달성했다. 일찍이 고려자기, 금속활자, 철갑선 등은 젓가락 문화와 연관된 DNA의 영향으로 눈부신 IT 반도체를 개발하여 다양한 첨단기술력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저력을 갖고 있다. 원천기술이 턱없이 부족한 지금 순간이 오히려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변명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술적인 진보가 요구되는 시대이다. 변명과 명분의 차이는 그 파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철저한 고증에 의해서 사용이 제어되어야 한다. 즉 40년 동안“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란 변명에 얼마나 많은 국세가 소모되었든가! 지금은 100마디 교훈보다 더 중요한 1번의 실천으로 맞서지 않는 다면 만회하기 어려운 또 다른 변명의 노예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하나의 이야기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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